"투자는 UFC 경기"…고수가 강조하는 최소한의 '호신술'은?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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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태 오투파트너스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오종태 오투파트너스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도 중요하지만, 주가의 절대적인 내림 폭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오종태 오투파트너스 대표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엔터주가 길었던 저평가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1998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크레디트스위스, 한국투자증권을 거친 그는 타이거자산운용의 투자전략이사 자리를 끝으로 지난달 독립했다. 26년간 채권·금융상품·주식 영업과 운용을 폭넓게 담당했던 점은 그의 무기다. 개인 투자자들에겐 유튜브 등지에서 자신만의 관점인 '복잡계 투자 이론'을 설파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네 쌍둥이' 엔터 4사, 도약기 맞았다

오 대표가 짚은 엔터주는 올해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 침체 업종으로 꼽혀왔다. 4대 대형주(와이지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하이브·에스엠)의 연초부터 지난 9월까지 주가 하락률은 21.66%에서 50.3%에 이른다. 그는 “50% 이상 하락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심과 기업 개별 문제가 겹쳐야만 발생할 수 있는 드문 수치”라며 “하지만 주가가 내려가고도 음원 스트리밍 데이터 선전, ‘아파트(APT.)’의 빌보드 차트 진입처럼 K팝 아티스트의 문화 영향력이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마침 JYP엔터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터트리며 분위기 반전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4사 중 이달 주가가 가장 많이(31.63%) 올라타 종목에도 수급을 부르고 있다. 여기에 내년 예정된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의 컴백 등 인기 아티스트 활동은 업황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는다는 관측이다. 나머지 3사의 3분기 실적은 어두웠지만, 내년도 영업이익이 최대 64%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 대표는 “엔터 4사는 제조업으로 치면 제품 생산 방식이 같은 ‘네 쌍둥이’”라며 “이 같은 공정이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 증명됐으므로, 지금까지 그랬듯 내년에도 주가 연관성이 짙어진 채로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항공 관련주도 주목하는 업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승리의 일등 공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때문이다. 그가 이끄는 발사체 업체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이날 여섯 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가졌는데, 현장에 트럼프 당선인이 방문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다. 오 대표는 “트럼프 당선인도 1기 집권 시절 우주군을 창설하는 등 해댱 분야 관심이 많다”며 “집권 초기까지는 기대감에 투자하는 영역으로, ‘옥석 가리기’ 같은 장세 없이 업종 전반의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종목을 고루 담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때라는 조언이다. GE에어로스페이스, RTX 등을 담은 미 대형 ETF인 ‘아이셰어즈 US 에어로스페이스&디펜스’(ITA), 국내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담은 ‘TIGER 우주방산’ 등이 과실을 고루 누릴 것이란 관측이다.

"최소한 ETF 자금 흐름이라도 확인해야"

오종태 오투파트너스 대표.
오종태 오투파트너스 대표.
오 대표는 ‘복잡계 투자 이론’을 내세우며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이름을 얻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의 투자 관점인 해당 이론은 쉽게 말해 최대한 많은 변수와 요소를 따져 투자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를 “모든 무술을 다 잘하면 유리한 UFC 경기와 같다”고도 비유했다. 일견 당연한 말이지만, 실천에 옮기긴 쉽지 않다. 오 대표는 “펀더멘털·유동성·투자심리 3가지라도 따져야 한다”며 “최소한의 업종 대한 기초지식과 실적, 관심 종목이 속한 ETF의 자금 흐름 동향 정도는 확인해가며 경험치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 관심사가 빠르게 바뀌는 ‘플래시 트렌드’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점도 유의하라고 짚었다. 이젠 우량주라 하더라도 주가가 3~5%씩 빠지는 경우가 점차 잦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대표는 “데이터 과학의 발달로 기업들의 제품 반향이나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취합되고, 이런 내용이 주가에 반영되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고 했다. 호황을 누리는 미국 증시 투자마저도 같은 관점에서 긴장을 놓지 말라고 했다. 그는 “미국 증시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내가 맞았다’라는 기분이겠지만, 투자는 즐거울 때를 조심해야 한다”며 “전망을 잘 판단하기 어렵다면 조금씩 이익을 실현해놓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