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공화당 유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사진=AP
지난달 26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공화당 유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사진=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합류한 벤처 캐피탈 기업 '1789캐피탈'이 반(反)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안티 워키즘(Wokism·독선적 올바름 추구)을 내세워 투자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반-깨어난 경제에 올인'(Donald Trump Jr. Goes All-In on the Anti-Woke Economy)라는 제목의 기사로 트럼프 주니어의 투자 활동을 조명했다. 올해 46세인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레이스에 참여해 아버지 트럼프의 당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39세의 산골 출신 참전용사이자 상원의원인 JD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깜짝 등장한 데 트럼프 주니어의 추천이 결정적이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주변의 예상과 달리 대선 승리 후 자신은 정부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일했다. 차남 에릭 트럼프는 아버지의 부동산 사업 등 가업에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가 합류한 곳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출신인 친구 오미드 말릭이 지난해 창업한 벤터 투자 기업 1798캐피탈이다. 이 회사는 반 ESG 투자와 같은 이념적인 투자 활동을 내세운다. 트럼프 주니어는 SNS를 통해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 회사에 투자할 때"라고 강조했다. 1789캐피탈은 '탈세계화' '반ESG'를 내세워 ESG 의무화로 인해 저평가된 기업, 관료주의에 발목 잡힌 기술기업 등에 투자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1789캐피털 소개  / 사진=홈페이지 캡쳐
1789캐피털 소개 / 사진=홈페이지 캡쳐
이들은 1억달러의 펀드를 목표로 투자금을 모집 중이다. WSJ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선보인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에 페이팔과 버드라이트, 디즈니 등 보수적인 고객들에게 외면받는 기업의 사례를 예로 들며 "반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들의 투자 활동이 순조롭지는 않다. 안티 워키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이자 낙태에 반대하는 기저귀 회사를 소유한 퍼블릭스퀘어에 투자하고 자문을 제공했다. 퍼블릭스퀘어는 기저귀 회사 에브리라이프 뿐만 아니라 총기 구매 여신기업 크레도바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퍼블릭스퀘어의 주가는 지난해 상장된 이후 90% 이상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에 매출이 1600만달러에 그쳤고 369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주엔 직원 35%를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추진한 다른 이념적 금융 프로젝트들도 좌초됐다. 암호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토큰 매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후 지난달 판매 목표를 약 90% 하향 조정했다.

CNN와 폭스뉴스 앵커 출신 강경 보수주의자 터커 칼슨의 미디어 브랜드 '라스트 컨트리'에 1500만달러를 투자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 공군과 계약한 로켓 기업 파이어호크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도 샀다. 온라인에서 복제약 등 의약품을 대량·할인 판매하는 스타트업인 블링크헬스의 경우에도 정부 규제로 인해 저평가됐다고 여기고 투자에 나섰다.

1789캐피털의 다양한 노력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그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정치적 영향력에 편승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