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진=REUTERS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데이비스컵 8강 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다.

남자 단식 세계랭킹 154위 나달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2024 데이비스컵 테니스 대회 파이널스 8강 제1단식에서 네덜란드의 보틱 판더잔출프(80위)에게 0-2(4-6 4-6)로 졌다.

나달이 데이비스컵 단식 경기에서 패한 것은 2004년 이후 올해가 20년 만이다. 1986년생인 나달은 현역 시절 강인한 체력과 엄청난 수비 능력을 앞세워 활약했지만 최근 2년간은 다리 근육 등 부위를 가리지 않는 부상으로 많은 대회에 뛰지 못했다.

나달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데이비스컵 데뷔전에서 패했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졌다"며 "경기에 오래 뛰지 않아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올해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나달은 이날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1-2로 패해 탈락하면서 현역 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사진=로저 페더러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로저 페더러 인스타그램 캡처
현역 시절 나달의 '라이벌'이었던 페더러는 19일 나달에게 바치는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내가 당신을 이긴 것보다 당신이 나를 이긴 적이 더 많았다"며 "특히 클레이코트에서는 너무 강한 상대였고, 당신을 이기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다"며 나달을 치켜세웠다.

페더러는 "라켓 끝에라도 공이 맞기를 바라는 마음에 라켓 헤드 크기를 더 크게 했을 정도"라면서 "당신이 있어서 나도 테니스를 더 즐길 수 있었다"며 은퇴하는 나달을 예우했다.

실제 페더러와 나달의 현역 시절 맞대결 전적에서 나달이 24승 16패로 우위를 보였다. 메이저 대회 전적 10승 4패, 메이저 결승 역시 6승 3패 등 모두 나달이 앞섰다.
(왼쪽부터) 페더러와 나달. /사진=REUTERS
(왼쪽부터) 페더러와 나달. /사진=REUTERS
공교롭게도 페더러는 자신의 은퇴 경기였던 2022년 레이버컵에서 나달과 복식 조를 이뤘다. 이에 페더러는 "내 마지막 경기에서 당신과 한 조를 이룬 것은 특별한 순간 중 하나"라며 "그동안 항상 당신을 응원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로써 2000년대 초반부터 20여년 간 남자 테니스 강자로 군림했던 '빅4' 가운데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제외한 3명은 이제 '은퇴 선수'가 됐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앞서 2022년 은퇴했고, 올해 나달과 앤디 머리(영국)가 코트와 작별했다.

현재 2001년생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호주오픈과 US오픈, 2003년생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양분하며 테니스계에서 세대교체를 알리고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