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한반도 경제의 재구성, 통일 비용 재산정
한반도의 경제적 재구성이 통일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일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현재의 경제적 안정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우려가 그 이유다. 그러나 통일비용에 대한 오해와 과장된 인식이 문제의 핵심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통일 비용을 재산정할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남북한이 쏟아붓는 군사비의 절감을 생각하면, 오히려 빨리 통일하는 게 이득이 될 것이 분명하다.

북한 자체의 자원과 남북한의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통일은 거대한 초기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그만큼 장기적 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풍부한 광물 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어, 초기 개발비용을 남측의 기술과 기업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북한의 자원과 남한의 자본 및 기술이 결합된다면 한반도의 경제는 새로운 도약을 이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한 비용 부담 감소 역시 중요한 요소다. 해외 투자자들은 통일된 한반도가 가져올 수 있는 성장 가능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는 남한의 단기적 경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특히 대북한 투자로 인한 남한 재정 유입과 효율성이 고려된다면, 장기적으로 통일 비용은 1/(3-10?)정도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경제 통합에 따른 승수효과 덕분이다.

최근 통일비용을 산정한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 통일 당시의 경험이 자주 인용된다. 독일의 경우 서독이 동독의 경제와 사회 시스템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약 2조 유로의 비용이 발생했으나, 30년이 지난 현재 통일로 인해 독일 전체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2016)에 따르면 남북한의 협력 수준에 따라 통일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줄어서 인지, 최근 통일비용에 관한 연구가 없어 무려 8년 전 자료를 인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통일비용은 남북협력이 부족한 경우 연평균 96조 원씩 총 4822조 원이 들 수 있지만, 식량 및 의료 지원 등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할 경우 연평균 80조 원으로 줄어들 수 있으며, SOC(사회간접자본) 등 전면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경우 연평균 68조 원으로까지 줄일 수 있다. 이 연구는 통일 준비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핵심적인 요인임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SOC 등 전면적인 협력을 통해 통일 준비 기간 동안 북한의 1인당 GDP를 꾸준히 성장시킨다면, 통일 이후의 경제 격차 해소 기간이 34년으로 단축될 수 있다. 이는 통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보다 빠른 경제 통합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같은 접근은 남북한의 경제적 상호 보완성을 극대화하고, 장기적으로 통일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베트남의 통일 이후 경제 발전을 들 수 있다. 베트남은 1975년 통일 이후 초기에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으나, 개혁 개방 정책인 '도이머이'를 도입하면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통일 후 20년 간 평균 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베트남의 경험은 남북한의 통일에도 긍정적인 교훈을 제공할 수 있다. 베트남은 외국 자본의 유입과 자국 내 자원 개발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냈으며, 이는 남북한 통일 후 경제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재정적 지원보다는 북한 산업, 기업의 자발적 성장을 도모하고, 남북한 공동 경제 발전을 통해 통일 비용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남북의 협력과 경제 개발을 통해 북한 내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면 남한의 재정적 부담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대북 투자로 활성화된 경제는 남북 모두에 혜택을 주며, 단기적 통일 비용을 넘어서 장기적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초기 통일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다.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의 재건, 주거 및 생활 환경의 개선, 복지 지원 등 다양한 항목에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비용들은 일시적인 것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는 경제적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현재의 분단 상태에서 남북한은 별도의 군사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의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이러한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고 평화적 통일을 이룬다면, 그만큼의 군사비용 절감과 경제적 효율성 증대가 뒤따를 것이다.

결국 통일비용의 재산정은 단기적 비용과 장기적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의 부담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장기적 경제 효과와 효율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남북한의 경제적 상호 보완성, 외부 투자의 유입, 북한 내 자원 개발 등은 통일 비용의 부담을 줄여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경제의 통합과 발전을 통해 보다 큰 경제적 효율과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일 비용에 대한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이다. 비용을 우려해 통일을 미루기보다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기회와 효율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통일은 단순히 거대한 부담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경제적 도전이자 기회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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