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제 47대 미국 대통령 / 사진=한경DB
도널드 트럼프 제 47대 미국 대통령 / 사진=한경DB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가 제시했던 친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BTC)은 물론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시장을 흥분하게 만든 트럼프가 가상자산을 지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의 핵심 공약 '아젠다 47'이 향후 가상자산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 트럼프 2.0 시대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트럼프가 가상자산을 지지하게 된 이유

2019년 45대 대통령 재임 시절 도널드 트럼프의 X(트위터) 가상자산 관련 발언 / 사진=X
2019년 45대 대통령 재임 시절 도널드 트럼프의 X(트위터) 가상자산 관련 발언 / 사진=X
트럼프는 지난 2019년 45대 대통령 재임 당시 비트코인에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매우 크고 마약 거래, 기타 불법 활동에 악용되고 있으며, 미국의 실질 지배 통화인 '달러'만이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화폐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는 가상자산에 대해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블록체인 산업과 가상자산에 열성적인 유권자 수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의 자본력도 트럼프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코인베이스, 리플(XRP) 등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가상자산 기업들은 2억 달러가 넘는 정치 자금을 투입하면서 트럼프와 공화당의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실제 트럼프는 대체불가능토큰(NFT)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 판매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ETH), 도지코인(DOGE)과 같은 가상자산을 선거 캠프 기부금으로 받는 등 가상자산을 선거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트럼프는 이처럼 가상자산 산업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관련 정책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그는 지난 7월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가상자산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미국을 지구의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결국 가상자산 투자자들과 업계 종사자들은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게 됐고, 새 내각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도 트럼프의 가상자산 친화적 규제 프레임워크가 구축되는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親 가상자산 정책, 시행까지 최소 1년

트럼프는 45대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상당히 파격적인 공약들을 내걸었지만, 이행률은 약 23%에 불과했습니다. 폴리티팩트 데이터에 따르면 트럼프는 선거 유세에서 총 102개의 공약을 제시했지만, 실제 이행된 공약은 24개, 타협을 진행한 공약은 23개, 파기된 공약은 무려 55개에 육박합니다.

전임 44대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 이행률이 47%에 달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45대 재임 시절 공약 이행 성과는 상당히 저조한 편입니다. 그렇기에 트럼프 2.0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45대 대통령 재임 당시 공약 이행률 지표 / 사진=폴리팩트
도널드 트럼프의 45대 대통령 재임 당시 공약 이행률 지표 / 사진=폴리팩트
트럼프가 제시했던 가상자산 친화 정책 중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공약은 단연 비트코인의 미 전략 자산 비축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범죄 활동 관련 등으로 압수해 연방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보유분을 기존처럼 경매 등을 통해 매각하지 않고,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보유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관 간 조율이 필요합니다. 또한 법무부가 압수한 가상자산을 재무부로 이전해 전략 준비 자산 형태로 보유하기 위해서는 의회가 관련 법률을 제정해야 합니다. 물론 백악관 내 가상자산 관련 직책을 신설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실질적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가상자산 진흥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밖에도 △미국 내 비트코인 채굴 지원 △가상자산 규제 단속 마무리 △비트코인 양도소득세 폐지 △CBDC 금지 등의 공약을 제시했지만 이들을 실제 도입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취임 후 빠른 시일 내 실현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코빗 리서치센터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차기 행정부에서 가상자산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되고 있으며, 산업 발전과 규제 명확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포괄적 입법이 완료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구체적인 정책의 방향성은 내년 말에나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습니다.

JP모간 체이스도 투자 메모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 관련 법안 도입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해 나가겠지만, 비트코인 전략 준비 자산 비축 등의 계획이 도입될 확률은 낮아 보인다"라고 전망했습니다.

관세 폭탄 등 격변 예고한 트럼프…가상자산 시장은?

가상자산과 전통금융 시장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 만큼,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가상자산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관세 폭탄 무역 정책, 이민 정책 강화, 통화 정책 관여 등 다양한 변수가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정책이 시행되면 국가 재정 충당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글로벌 증시와 인플레이션, 채권 시장 등에 막대한 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높은 관세로 인해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고 증권 시장이 역풍을 맞는다면 글로벌 증시와 상관관계가 높은 가상자산 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이제 완화를 시작한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민 정책 강화도 가상자산 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했던 이민자들의 유입이 줄어든다면 임금과 소비자 물가 상승, 기업 마진 감소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양한 산업군의 규제 장벽과 법인세율을 낮춰주기로 한 점은 가상자산 산업에 긍정적입니다. 기존 미국에서 활동하던 가상자산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기 쉬워지며 해외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도 더욱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트럼프 2.0 시대가 다가오면서 글로벌 경제 상황과 가상자산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덕분에 가상자산 산업이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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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