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효율부(DOGE)를 신설하고 대규모 정부 지출 삭감을 예고하자 정부 계약 비중이 높은 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연방정부의 ‘대수술’이 시작되면서 정부와 기업 간 계약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정부 지출 의존도가 높은 주식 10개 종목을 제시하며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 주의보를 내렸다.

○트럼프 2기 정부 계약 위축 우려

美정부 돈줄 조인다…백신·통신장비株 울상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정부가 공공 및 민간 기업과 체결한 계약 목록을 분석해 정부 매출 비중이 높은 종목을 선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부 효율성 강화 공약은 그동안 정부 계약에만 과도하게 의존해 수익을 올렸던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2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인도계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를 임명하면서 “이들은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낭비성 지출을 삭감하며, 연방 기관을 재구조화하도록 길을 닦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CNBC는 “정부효율부는 공식적인 정부 기관이 아니고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지만 투자자들이 정부 계약의 삭감 가능성을 우려해 이미 일부 기업 주가에 (정부효율부의 존재가) 부담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가 정부효율부 수장들이 국세청(IRS)과 협력해 무료 세금 신고용 모바일 앱 개발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이후 세금 신고 대행 업체 인튜이트와 H&R블록 주가는 각각 5.1%, 8.2% 급락한 가격에 장을 마쳤다.

○모더나·화이자 주가 급락

모건스탠리는 백신 개발 기업 모더나와 화이자, 정보기술(IT)·항공·방산 등을 연구하는 레이도스홀딩스, 우주 기업 로켓랩, IT 전문 리서치 업체 가트너, 건설 골재 생산업체 벌컨머티리얼즈, 위성 통신기업 비아셋, 통신장비 제조업체 모토로라솔루션, 건설 자재 제조업체 RMP인터내셔널 등이 정부효율부 신설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고 꼽았다. 미국 정부에 임대한 부동산을 구매해 보유 및 관리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인 이스털리거버먼트프로퍼티즈도 포함됐다. CNBC는 “방산업체들은 예산 삭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해 대부분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임명한 뒤 타격을 받았다. 케네디 주니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등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모더나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60% 이상 폭락했고, 대선 이후 주가 하락률이 30%를 기록했다.

레이도스홀딩스 역시 대선 이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다. 새 행정부가 발주 예산을 삭감하고 계약자 매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주(11월 11~15일)에만 19.0% 급락해 4년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리가 메클러 체리레인인베스트먼트 파트너는 “정부 규제를 받는 산업들이 트럼프 2기 정부로 인해 혼란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