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이 가격을 줄줄이 인상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돼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관세' 우리도 부담"…실적우려 커지는 美유통株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는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관세가 대폭 인상되면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객의 비용 부담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마트는 3분기에 호실적을 거뒀지만 향후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소비자가 인상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 3분기 매출은 169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고, 연간 매출 지침도 3.75~4.75%에서 4.8~5.1%로 상향했다. 하지만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에 대비해 “공급업체 및 자체 브랜드 등과 협력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 관련 소매업체 로스의 CFO 브랜든 싱크도 “매출 원가의 약 40%가 미국 외부에서 발생한다”며 “관세의 잠재적 영향을 살펴보면 그것은 확실히 제품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소매연맹(NRF)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새 관세 정책은 의류, 장난감, 가구 등 6개 소비재 가격을 최대 50%까지 인상할 수 있고, 미국 소비자들은 매년 460억~780억달러에 달하는 구매력을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예고한 관세 정책은 기업들이 대비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미국 기업들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기간 4년 전 대선에 비해 관세 문제를 더 자주 언급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데이터에 따르면 9월 초부터 대형·중·소형주를 포괄하는 S&P1500지수 내 기업 중 약 200개 회사가 실적 발표에서 관세 문제를 언급했다. 2020년 대선 기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고, 지난해 23건과 비교하면 열 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정책을 경제 정책의 핵심 의제로 삼으면서 기업 임원들은 이 주제에 관해 더 많은 질문을 받게 됐다”며 “기업들은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미국의 무역적자를 없애기 위해 내년 1월 취임하면 중국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나머지 국가에는 10% 이상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브라이언 제이컵슨 아넥스웰스매니지먼트 수석경제학자는 “트럼프 행정부 2기는 1기의 단순한 재연이 아닐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