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속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어제 오후 서울 도심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2차 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6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여해 서울 숭례문 앞 편도 전 차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한 데 이어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하는 바람에 상인과 퇴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토요일인 지난 9일 1차 총궐기에서 허가받은 차로를 벗어나 전체 차로를 점거하고 이를 막는 경찰관 105명에게 부상을 입힌 불법·폭력 시위로 지탄받고도 자제는커녕 오히려 평일 도심 한복판에서 또다시 ‘세 과시’를 한 것이다. 다음달 7일 3차 총궐기도 예고했다.

이들은 “정부가 쌀값 폭락을 방치하고 물가를 핑계로 저관세·무관세 수입을 남발했다”며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법 2, 3조 개정안 거부 등을 비판하며 “윤석열 정권 퇴진 광장을 열겠다”고 했다. 아무리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책에 반대하는 건 자유라고 해도 모든 사안을 정치 투쟁화해 ‘기·승·전 정권 퇴진’으로 몰고 가는 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민노총은 곳곳에서 파업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산하 전국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태업에 나선 데 이어 각각 다음달 5일과 6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저성장과 내수 경기 부진으로 국민의 경제적 고통이 커진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워 실력 행사에 나서는 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재는커녕 오히려 민노총 투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9일 민노총 등의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대응을 “권력의 몽둥이가 돼 민중을 향해 휘둘리는 행태”라고 비난하며 경찰청장 사과를 요구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경찰 예산을 깎겠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반정부 투쟁 전선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