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도개선 쓴소리에 '제보자 색출' 엄포놓는 방위사업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방산규제 기획보도에 기업 압박
'K방산 르네상스' 걸림돌 면해야
조철오 사회부 기자
'K방산 르네상스' 걸림돌 면해야
조철오 사회부 기자
산업기술 유출 사건을 다루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간부 A씨는 얼마 전 ‘K방위산업 수출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해 “보안사고 감점제도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업체들이 보안사고가 드러나면 입찰에 치명상을 입을까 두려워 신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의심 사례에 대한 진술도 거부해 방산 관련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얘기였다. A씨가 이례적으로 다른 부처의 규제를 지적한 이유는 도둑맞은 이가 신고조차 못 하는 방산업계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서다. 그런데 A씨는 세미나 뒤 방사청 관계자로부터 “공개적인 자리에서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본지 사건팀은 지난 19일까지 3일에 걸쳐 ‘K방산 규제 시리즈’를 보도했다. 수사 당국발로 크고 작은 방산기술 유출 사건이 속속 드러난 게 계기가 됐다.
두 달여간 만난 업계 및 학계, 방산 관련 연구원들은 핵심 안보 기술이 줄줄 새는 사례와 군함 ‘빅2’ 기업의 소모적 다툼 배경, 기술을 뺏고 빼앗는 밑바닥 방산 생태계의 혼탁 양상 등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그동안 방산업계에선 수출 시장에서의 ‘축포’만 강조되고 있었다.
방사청은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이달 초 국내 업체가 모두 탈락한 이유가 정부의 기나긴 보안심사 절차로 인한 서류 제출 지연이었다는 본지 보도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기한 내 제출을 적극 지원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별도로 내기까지 했다. 이후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방산기업을 대상으로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고 한다.
방산기업 임원 B씨는 “국방부 국정원, 방산기업 임원들이 모인 세미나에서 수출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나중에 방사청으로부터 ‘왜 공개 석상에서 그러느냐’고 질책받았다”고 전했다. K방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에 갑질을 한 셈이다.
학계와 업계에선 유일한 발주처이자 ‘슈퍼 갑’인 방사청이 회초리만 들 뿐 제도 개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한 보안 관련 학과 교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엉키게 된 난맥상과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조선사의 호주 수상함 입찰 탈락 등은 ‘명백한 정부 실패’”라며 “방사청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그동안 한두 번 한 게 아니지만 바뀐 게 없다”고 한탄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방사청 관계자는 “K방산의 선전 이면에는 투철한 국가관을 지닌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의 헌신과 업체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제 방사청을 포함한 방산 관련 정부기관이 K방산의 쇄신책을 내놓을 차례다.
업체들이 보안사고가 드러나면 입찰에 치명상을 입을까 두려워 신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의심 사례에 대한 진술도 거부해 방산 관련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얘기였다. A씨가 이례적으로 다른 부처의 규제를 지적한 이유는 도둑맞은 이가 신고조차 못 하는 방산업계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서다. 그런데 A씨는 세미나 뒤 방사청 관계자로부터 “공개적인 자리에서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본지 사건팀은 지난 19일까지 3일에 걸쳐 ‘K방산 규제 시리즈’를 보도했다. 수사 당국발로 크고 작은 방산기술 유출 사건이 속속 드러난 게 계기가 됐다.
두 달여간 만난 업계 및 학계, 방산 관련 연구원들은 핵심 안보 기술이 줄줄 새는 사례와 군함 ‘빅2’ 기업의 소모적 다툼 배경, 기술을 뺏고 빼앗는 밑바닥 방산 생태계의 혼탁 양상 등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그동안 방산업계에선 수출 시장에서의 ‘축포’만 강조되고 있었다.
방사청은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이달 초 국내 업체가 모두 탈락한 이유가 정부의 기나긴 보안심사 절차로 인한 서류 제출 지연이었다는 본지 보도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기한 내 제출을 적극 지원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별도로 내기까지 했다. 이후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방산기업을 대상으로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고 한다.
방산기업 임원 B씨는 “국방부 국정원, 방산기업 임원들이 모인 세미나에서 수출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나중에 방사청으로부터 ‘왜 공개 석상에서 그러느냐’고 질책받았다”고 전했다. K방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에 갑질을 한 셈이다.
학계와 업계에선 유일한 발주처이자 ‘슈퍼 갑’인 방사청이 회초리만 들 뿐 제도 개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한 보안 관련 학과 교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엉키게 된 난맥상과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조선사의 호주 수상함 입찰 탈락 등은 ‘명백한 정부 실패’”라며 “방사청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그동안 한두 번 한 게 아니지만 바뀐 게 없다”고 한탄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방사청 관계자는 “K방산의 선전 이면에는 투철한 국가관을 지닌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의 헌신과 업체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제 방사청을 포함한 방산 관련 정부기관이 K방산의 쇄신책을 내놓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