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제조 혁신을 이끈 빅테크들이 가정용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정용 휴머노이드를 스마트폰처럼 인류의 삶을 바꿀 제품으로 보고 있다. 예상되는 시장 규모가 3조달러(약 4168조원)에 이른다.
왼쪽 사진 세 개는 노르웨이의 1X테크놀로지스는 휴머노이드 ‘네오’. 마지막 사진은 독일 노이라로보틱스의 ‘4NE1’.
왼쪽 사진 세 개는 노르웨이의 1X테크놀로지스는 휴머노이드 ‘네오’. 마지막 사진은 독일 노이라로보틱스의 ‘4NE1’.

가정 시장 두드리는 빅테크

2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이달 초 메타에서 증강현실(AR) 글라스 ‘오라이언’ 개발팀을 이끈 케이틀린 캘리노스키를 자사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디자인 이사로 영입했다. 캘리노스키 이사는 “로봇공학과 소비자 하드웨어를 선도하기 위해 오픈AI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AI 합류 전 메타의 VR 헤드셋 ‘오큘러스’ 개발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미국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다. 캘리노스키 이사는 오픈AI가 구상하는 휴머노이드의 가정 활동 강화 연구에 전념할 예정이다.

실전 투입을 앞둔 기업도 있다. 노르웨이의 1X테크놀로지스는 휴머노이드 ‘네오’를 가정에 배치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2017년 네오의 전신인 ‘이브’를 출시해 가정용 휴머노이드 시장을 개척한 1X는 지난 9월 네오 시제품을 공개하며 이 분야 선두 주자로 나섰다. 네오는 휴머노이드를 상업적 환경에서 소비자용으로 확장할 최초의 로봇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게는 경쟁 로봇보다 가벼운 25㎏이다. 테슬라 옵티머스 젠2는 57㎏, 미국 피규어02는 70㎏, 중국 유니트리 G1은 35㎏이다.

1X는 네오가 소재에도 강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 로봇이 플라스틱이나 금속 외피를 가진 데 비해 네오는 쿠션이 내장된 수트로 덮여 있다. 가격은 알려진 바 없지만 공장용보다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옵티머스가 2만달러에 출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니트리 G1은 1만6000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다.

빅테크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독일에서는 노이라로보틱스가 살림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4NE1’을 선보여 반전을 꾀하고 있다. 4NE1은 키 180㎝, 무게 80㎏인 로봇으로 15㎏의 짐을 옮길 수 있다. 관절에 센서를 장착해 균형을 잡기 때문에 다림질, 요리 재료 손질 같은 집안일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출시는 내년으로 예정됐다.

전통적인 로봇 강자들도 살림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AI 로봇 회사 피규어AI의 브렛 애드콕 CEO는 X(옛 트위터)에 자사의 휴머노이드 ‘피규어01’이 커피 타는 법을 터득했다며 살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드콕 CEO가 올린 영상에서 한 남성이 커피를 만들어 달라고 하자 피규어01은 섬세하게 커피를 제조했다.

로봇 강국인 중국도 가정용 휴머노이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텐센트 산하 로보틱스X는 9월 ‘샤오우’라는 이름의 가정용 휴머노이드를 공개했다. 샤오우는 택배를 가져오고 음료수를 담아 가져다주는 동작을 시연했다. 휠체어를 미는 상황에선 장애물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2030년부터 상용화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정용으로 본격 보급되는 시점을 2030년으로 예측했다. 이후 꾸준히 수요가 늘어 2040년 800만 대, 2050년 6300만 대가 보급될 것이라고 봤다. 맥쿼리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시장이 2050년 3조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안전성이다. 지금까지 휴머노이드는 통제가 철저한 산업 현장에 투입돼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다. 가정용은 어린이, 반려동물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야 해 훨씬 더 높은 안전성이 요구된다. 최근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안전 규정 연구 그룹을 출범시켰다. 베른트 뵈니히 1X CEO는 “안전은 휴머노이드를 가정에 배치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