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국내 에너지 기업이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원유·가스 수출 확대’를 핵심 정책으로 내건 만큼 미국 내 LNG 생산·수출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국 현지에서 LNG터미널 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NG 사업은 가스전 등에서 가스를 생산하는 사업, 생산한 가스를 터미널에 저장한 뒤 운송하는 사업, 항만 등에서 가스를 액화해 부피를 줄인 뒤 배로 수출하는 사업 등 세 단계로 나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투자비용도 적은 터미널 사업에 우선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현지 터미널 기업 인수합병(M&A)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터미널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뒤 가스 개발·생산 등 사업 범위가 훨씬 큰 LNG 관련 메인 비즈니스에도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한동안 LNG 수입국이던 미국은 셰일 가스에 힘입어 세계 최대 LNG 생산·수출국이 됐다. 지난해에만 9000만t 이상을 수출했다. 내년 수출 규모는 1억t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조 바이든 정부의 LNG 생산·수출 규제를 모두 풀고 설비투자 등도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관련 산업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계획대로 되면 수출 물량이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선업체는 LNG 수출 사업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LNG 수출이 늘어나면 운송에 필요한 선박 수요도 함께 증가해서다. 슈퍼사이클 훈풍을 타고 있는 조선업체들이 한 번 더 ‘퀀텀점프’할 기회가 열린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LNG 프로젝트 규모를 고려할 때 2~3년간 100척 이상의 신규 LNG 선박 수요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손에 넘어간 컨테이너선 시장과 달리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 시장은 국내 조선사가 세계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텍사스에 LNG터미널을 보유한 에너지 회사 넥스트디케이드의 지분 15%를 확보하는 등 미국 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다. 미국 LNG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넥스트디케이드를 통해 확보한 정보 및 네트워크를 LNG선 수주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LNG선 성능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등 미국발(發) LNG선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