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HMM 지분 일괄 매각이 불발된 이후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당장 HMM 영구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에 따른 산은의 자본 건전성 악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은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라도 HMM 지분 단독 매각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HMM은 올해 3분기에만 1조46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827.5% 급증했다. 호실적을 거두면서 주가는 지난 12일 1만5570원에서 이날 1만8320원으로 17.6% 급등했다. HMM 시가총액은 16조원에 달한다. 정부 지분 가치는 10조원을 넘어섰다.

HMM의 몸값이 뛰면서 산은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10조원 이상을 일시에 투입해 인수에 나설 국내 기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초까지 하림그룹과 HMM 매각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국 무산됐다. 해진공이 매각 후에도 경영 주도권을 놓을 수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 매각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진공은 해운업 재건을 목표로 2018년 7월 한국선박해양, 한국해양보증보험 등을 통합해 출범한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출범 당시 한국선박해양이 보유한 HMM 지분 4.42%를 승계했다.

금융권에선 HMM 공동 매각이 또다시 무산되면 산은이 독자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유 지분이 더 늘수록 산은의 자본비율이 급락하는 구조여서다. 산은이 특정 기업에 보유 지분을 팔면 해진공은 2대 주주로서 이사회에 남는다. 경영권은 민간 기업이 행사하지만 정부가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독일 하파그로이드와 비슷한 구조가 될 전망이다.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간을 더 끌다가 대형 해외 해운사가 인수자로 나서면 속수무책으로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