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좀비기업 395개 쫓아낼때…코스닥, 주주 압박에 19개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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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20%가 한계기업…주주 눈치 보느라 '방치'
'좀비' 발목에 수익률 세계 꼴찌
상장 문턱 낮아 올해 60곳 입성
이자 못갚는 기업 퇴출은 19개뿐
은행 대출 어렵자 CB 찍으며 연명
나스닥은 1곳 상장할때 2곳 상폐
엄격한 심사로 적정 기업수 유지
'좀비' 발목에 수익률 세계 꼴찌
상장 문턱 낮아 올해 60곳 입성
이자 못갚는 기업 퇴출은 19개뿐
은행 대출 어렵자 CB 찍으며 연명
나스닥은 1곳 상장할때 2곳 상폐
엄격한 심사로 적정 기업수 유지
올해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축제를 벌이는 동안 한쪽에선 칼바람이 몰아쳤다. 나스닥시장에 약 200개 기업이 새로 입성했지만 그 두 배인 400곳 가까운 기업이 내쫓긴 것이다. 증시가 1년 내내 침체한 한국은 정반대였다. 코스닥시장은 올해 신규 상장 기업이 상장폐지된 기업의 3배에 달했다. 나스닥시장이 문제 기업을 과감히 쳐내는 반면 코스닥시장은 주주 눈치를 보느라 퇴출을 늦추면서 좀비 상태의 기업을 양산하고 있다.
2021년 3648개이던 상장 종목은 올해 3287개로 9.8%(361개) 감소했다. 엄격한 상장사 관리를 통해 요건에 맞지 않는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2020년 6월 나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한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다. 중국 전역에 수천 개 점포를 가지고 있어 성장성을 인정받았지만 매출 부풀리기 등 회계 조작 사실이 적발되면서 상폐됐다. 2022년 말 ‘나스닥 1호 상장 K바이오 기업’으로 나스닥시장에 입성한 피에이치파마는 최소 유통주식 수(100만 주)를 유지하지 못해 4개월 만에 상폐되는 굴욕을 겪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올해 60개 기업이 새로 상장했지만 상폐된 기업은 19개에 불과했다. 이 중 6개 기업은 자발적으로 나갔다. 거래소 규정에 따라 상폐된 기업은 13개뿐이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규 상장 기업은 69개에 달한 반면 상폐 종목은 14개에 불과했다. 3년째 번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이 239개(바이오 업종 제외)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적은 상폐 건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상폐 사유가 발생한 지 수년이 흘렀지만 거래만 정지된 채 시장에 남아 있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총 81개다. 이 중 2년 이상 거래가 멈춘 기업은 13개다. 대표적 사례가 이큐셀이다. 2019년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폐 사유가 발생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8개월째 ‘식물 상장사’로 코스닥에 남아 있다. 2019년 8월 8만원에 달하던 주가는 3100원으로 떨어졌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했던 대산F&B는 2017년 이후 7년간 거래 정지가 반복됐다. 거래 기간보다 정지된 기간이 더 길다. 2017년 7월 정우현 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거래가 정지된 이후 2020년 말 거래가 재개됐지만 지난 4월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다시 거래가 정지됐다.
실적 부진으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 좀비기업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손쉽게 조달하며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그만큼 시중에 주식 수는 늘어난다.
만성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한 상장사는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CB와 BW 발행 가능 한도를 각각 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발행 주식 총수도 5000만 주에서 5억 주로 10배 늘렸다. 소액주주의 주식 가치가 크게 희석될 수밖에 없다. 주가는 3년 사이에 10분의 1 토막 났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질이 나쁜 주식이 너무 많이 공급되면서 코스닥시장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좀비기업을 제때 퇴출해 시장 건전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등은 연내 유가증권시장의 상장폐지 심사 기간을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시장 상장 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할 계획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신규 입성보다 퇴출이 많은 나스닥
20일 미국 뉴욕증시에 따르면 올해 나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종목은 총 395개다. 같은 기간 상장된 종목(192개)의 2배가 넘는다. 지난해엔 상폐 종목이 796개, 신규 상장 종목이 154개로 상폐 종목이 상장 종목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이렇다보니 전체 상장 종목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2021년 3648개이던 상장 종목은 올해 3287개로 9.8%(361개) 감소했다. 엄격한 상장사 관리를 통해 요건에 맞지 않는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2020년 6월 나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한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다. 중국 전역에 수천 개 점포를 가지고 있어 성장성을 인정받았지만 매출 부풀리기 등 회계 조작 사실이 적발되면서 상폐됐다. 2022년 말 ‘나스닥 1호 상장 K바이오 기업’으로 나스닥시장에 입성한 피에이치파마는 최소 유통주식 수(100만 주)를 유지하지 못해 4개월 만에 상폐되는 굴욕을 겪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올해 60개 기업이 새로 상장했지만 상폐된 기업은 19개에 불과했다. 이 중 6개 기업은 자발적으로 나갔다. 거래소 규정에 따라 상폐된 기업은 13개뿐이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규 상장 기업은 69개에 달한 반면 상폐 종목은 14개에 불과했다. 3년째 번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이 239개(바이오 업종 제외)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적은 상폐 건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이상 거래정지 기업 수두룩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규정상 폐지 심사 기간이 지나치게 늘어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당 기업이 폐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폐지 심사가 최장 4년까지 이어진다. 상장폐지 결정이 이뤄져도 기업이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폐지 결정은 또다시 늦춰진다.이 때문에 상폐 사유가 발생한 지 수년이 흘렀지만 거래만 정지된 채 시장에 남아 있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총 81개다. 이 중 2년 이상 거래가 멈춘 기업은 13개다. 대표적 사례가 이큐셀이다. 2019년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폐 사유가 발생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8개월째 ‘식물 상장사’로 코스닥에 남아 있다. 2019년 8월 8만원에 달하던 주가는 3100원으로 떨어졌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했던 대산F&B는 2017년 이후 7년간 거래 정지가 반복됐다. 거래 기간보다 정지된 기간이 더 길다. 2017년 7월 정우현 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거래가 정지된 이후 2020년 말 거래가 재개됐지만 지난 4월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다시 거래가 정지됐다.
실적 부진으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 좀비기업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손쉽게 조달하며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그만큼 시중에 주식 수는 늘어난다.
만성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한 상장사는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CB와 BW 발행 가능 한도를 각각 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발행 주식 총수도 5000만 주에서 5억 주로 10배 늘렸다. 소액주주의 주식 가치가 크게 희석될 수밖에 없다. 주가는 3년 사이에 10분의 1 토막 났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질이 나쁜 주식이 너무 많이 공급되면서 코스닥시장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좀비기업을 제때 퇴출해 시장 건전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등은 연내 유가증권시장의 상장폐지 심사 기간을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시장 상장 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할 계획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