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국장 떠나는 이유있네…상장사 50%가 '헐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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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GPT-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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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 기업 10곳 중 5곳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강(强)달러 현상까지 겹치면서 증시가 침체한 영향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나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마저도 하향 조정되고 있어 국내외 투자자 엑소더스(대탈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속타는 개미...상장사 50% 이상 '헐값' 거래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까지 국내 증시(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2686곳 가운데 51.08%(1372곳)의 PBR이 1배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PBR은 기업 주가를 장부상 가치로 나눈 것이다. 1배 미만이면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 받을 수 있는 돈보다 주가가 더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PBR가 1배보다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 1배 이상이면 고평가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상장사(2609곳) 중 40.94%(1068곳)의 PBR가 1배 미만이었으나 1년도 안 돼 이 비율이 10.14%포인트 넘게 늘어났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의 저평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전체 유가증권 상장사(930곳) 중 PBR 1배 미만 기업은 61.83%(575곳)에 달했다. 10개사 중 6곳 꼴로 장부 가격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저평가 기업의 비율은 2022년 말 56.50%(517곳)에서 지난해 말 56.28%(520곳)로 변동폭이 미미하다가 올 들어 5.55%포인트 증가했다. 코스닥시장 역시 현재 전체 상장사 1756곳 중 45.39%(797곳)가 PBR 1배 미만인 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코스닥시장도 저평가 기업 비중이 2022년 말 33.04%(527곳)에서 2023년 말 32.52%(548곳)로 소폭 감소하다가 올해부터 다시 12.87%포인트 급증하기 시작했다.

PBR 1배 미만 기업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국내 상장기업의 체질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코스피지수가 좀처럼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할 강력한 유인책이 미비해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을 부추겨 저평가 현상을 심화하고 있다. 지난 9월24일 밸류업 지수 발표이후 이달 15일까지 밸류업 본공시를 한 기업은 32개에 불과하다. 공시규정상 자율공시 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어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해야 한다.

고점 찍고 뚝...4달 사이 19.5조 판 외국인

국내 증시 침체도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가 어려운 환경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7월11일 연고점에서 전날까지 14.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의 S&P500지수는 약 6%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해외 종목이 강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자금이 해외로 빠지고 있다. 올 초부터 연고점(1월2일~7월11일)에 이르는 기간 '큰 손' 외국인들은 26조78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그 이후 전날까지(7월12일~11월20일)는 '팔자'로 돌아서 19조5420억원의 주식을 처분했다. 개인들은 같은 기간 11조6580억원 순매도에서 15조9280억원 순매수로 증시를 떠받쳤다. 최근에는 개인마저도 등을 돌리고 있어 증시 수급이 말라가고 있다.

저PBR 기업은 가격적인 매력이 높다고 여겨지지만 '밸류트랩'(value trap)이란 함정에 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밸류트랩은 기업 경쟁력이 낮은데 PBR가 낮아 저평가로 인지하고 잘못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기업의 실적 개선 여력과 주주환원 가능성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내년에도 기업들의 실적에 먹구름이 끼면서 지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아서다. 증시 고질적인 저평가 해결을 위해 내부적으로 구조적인 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한 운용사 관계자는 "트럼프 시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트레이딩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밸류업 위한 상법·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