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도 밸류업도 리딩뱅크 '우뚝'…'KB 양종희號' 1년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2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은행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가계부채 급증세를 우려한 정부가 대출규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수요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고, 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먼저 내려가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됐다. 연초부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밸류업 이슈에서 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거셌다. 내수회복 지연으로 양극화가 심화하며, 온정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들도 어느 때보다 많았다.

양종희 회장은 2023년 11월, 그에 앞서 9년간 KB금융을 이끈 윤종규 회장 후임으로 낙점됐다. 당시 그룹 부회장이었던 그는 온화한 리더십과 더불어 그룹 전략·재무통으로서, KB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양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11월, 5만 원대 초반이던 KB금융의 주가는 올해 3분기 실적과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10월 하순이 되자 10만 원을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 1년, KB금융의 변화를 분야별로 짚어본다.

▲ 리딩금융 탈환

KB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3,96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4% 증가했다. 은행권 통틀어 가장 큰 이익을 창출했다.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시장금리가 이를 먼저 반영하면서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는 등 여건이 다소 불리했으나 비은행 계열사의 양호한 성과와 건전성 관리 노력에 힘입은 결과라는 게 KB금융 측 설명이다.

특히 3분기는 NIM이 전분기대비 13bp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시장금리 인하 영향이 가시화했다. 그럼에도 비이자이익이 7.9% 늘어나며 당기순이익 1조6,140억 원을 거뒀다. 시장에서 예상한 1조5천억 원대를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란 평가도 받았다.

경영효율성을 나타내는 CIR(영업이익경비율)은 3분기 누적 36.5%를 기록, 40% 미만 수준을 이어갔고, CCR(대손충당금전입비율)은 전년동기대비 11bp 개선된 0.41%를 기록했다. 9월말 기준 CET1(보통주자본)비율과 BIS자기자본비율이 각각 13.85%, 16.75%를 기록,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했다.

▲ 리딩'밸류업'뱅크로 자리매김
실적도 밸류업도 리딩뱅크 '우뚝'…'KB 양종희號' 1년
연초부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기업가치 제고계획, 일명 '밸류업'과 관련, KB금융은 1분기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밸류업 본공시가 늦어지며 한국거래소가 1차로 발표한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러나, 10월에 공개된 KB금융의 밸류업 방안은 시장의 실망을 기대로 바꿔놓았다. 이 때 양종희 회장은 직접 발표자로 나서 주주환원과 CET1 을 연계한 'KB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KB금융은 2024년 연말 CET1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2025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2025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CET1비율과 연계한 주주환원은 JP모건과 같은 글로벌 선도 금융사의 주주환원 방식으로 CET1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총주주환원율도 증가한다.

양 회장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익성', '건전성', '주주환원’ 제고 관점에서 ROE 10% 이상, CET1비율 13% 이상을 바탕으로 CET1비율과 연계한 업계 최고 수준의 총주주환원율을 목표로 제시했다.

▲ 상생금융 앞장서다
실적도 밸류업도 리딩뱅크 '우뚝'…'KB 양종희號' 1년
<사진=KB여의도 직장어린이집을 찾은 양종희 회장>

KB금융의 대표적인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KB 국민함께 프로젝트’다. 지난 8월 소상공인의 출산·양육 지원을 위한 '저출생 위기극복 공동협력 업무협약(MOU)'을 서울시와 체결했다. 이어 부산시(9월)·광주시(10월)와도 협약을 체결했으며, 출산·육아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상공인의 전국 주요 지자체와 손잡고 소상공인의 돌봄 공백 해결을 위해 총 16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0월에는 행정안전부와 서민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에게 총 60억 원을 지원하는 '착한가격업소(KB마음가게) 활성화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협약을 바탕으로 KB금융은 전국의 ‘착한가격업소’ 가운데 477개의 우수 업소를 ‘KB마음가게’로 별도 선정하고 운영비(3년간 월 30만원, 업소별 총 1,080만원)와 맞춤형 홍보(업소 홍보 영상, 방문 인증 이벤트 등)를 위해 총 60억 원을 지원한다.

또 KB금융은 저출생 현상 극복과 여성 경력단절 문제에 기여한다는 목표로 2018년부터 1,250억 원을 투입해 늘봄학교를 지원중이다. '거점형 돌봄기관' 확대에도 적극적인데, 올해에는 인천지역 첫 거점형 늘봄센터인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와 주말에도 운영되는 ‘꿈날 초등 주말 돌봄센터’가 제주 아라초·서귀포 동홍초에 문을 열었다. 10월에는 고양 삼송·지축지구 내 7개 초등학교의 돌봄교실 초과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개설되는 경기 지역 최초의 학교 밖 ‘고양늘봄꿈터’를 개소했다. 오는 2027년까지 전국에 48개의 '거점형 늘봄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다.

▲ AI·실버산업 등 미래먹거리 투자

KB금융은 업무 생산성을 올리고 근무방식 혁신을 꾀하기 위한 '생성형 AI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 최초 '그룹 공동 생성형 AI플랫폼'을 도입, 전 계열사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활용 지식을 공동자산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금융분야 생성형 AI 기술 사용에 대한 규제 보안성 문제에도 대응하는 기능을 구축하기로 했다. 종국적으로 KB금융이 지향하는 것은 IT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바이오닉 컴퍼니(Bionic Company)로, 직원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에게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적도 밸류업도 리딩뱅크 '우뚝'…'KB 양종희號' 1년
<사진=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카운티>

대한민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고, 이들 인구를 대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건 은행권의 공통 화두다.

KB금융은 실버타운과 요양시설, 데이케어센터 등 요양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KB라이프생명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는 2017년 서울 강동구에 ‘강동케어센터(주야간보호시설)’를 개소한데 이어 2019년 3월에 서울 송파구에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 2021년 5월에는 서초구에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등 프리미엄 노인요양시설을 개소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75~85세 후기 고령자들을 위한 실버타운 '평창 카운티'를 선보이고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 비은행·글로벌 성장의 과제

KB금융그룹의 3분기 누적 기준 은행부문 순이익이 2조6,179억원(그룹 내 비중 59.56%), 증권이 5,468억 원(12.44%), 손해보험 7,400억 원(16.84%) 신용카드 3,704억 원(8.43%), 생명보험 1,955억 원(4.45%)등으로 부문별 균형이 비교적 잘 잡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리딩뱅크 반열에 오른 은행과 달리, 증권이나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는 업권 내 리딩 사업자의 입지까지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종희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은행, 비은행 부문 간 균형 잡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는 불확실한 영업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의 기반이 되었으며, 국내 영업권을 대표하는 11개 계열사들의 의미있는 성과를 통해 KB금융그룹이 지향하는 No.1 금융 플랫폼에 한발짝 다가섰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부코핀은행(KB뱅크)' 부실이 지적되기도 했다. 최근 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선순위 달러표시채권) 발생에 성공한 것은 청신호로 읽히나 여전히 대규모 적자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흑자전환을 꿈꾸는 인니 법인을 포함, 내년도 KB의 글로벌 사업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