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이나 프리즈라는 이름을 들으면 바로 연상할 수 있는 로고가 있다. 심플하지만 어디에 있어도 아트바젤과 프리즈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아트자카르타(ART JAKARTA)는 이름 안에 있는 ART를 이용해 유머러스한 로고를 만들었다. 얼마 전 상하이에서 열렸던 아트021(ART021)도 중국답게 숫자 2를 한자 二로 써서 만들었다. 이렇듯 아트페어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시작은 아트페어가 가진 특징을 한 번에 연상하여 시각화할 수 있는 로고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아트바젤, 프리즈, 아트자카르타, 아트021의 로고 / 출처. 각 아트페어의 공식 홈페이지
아트바젤, 프리즈, 아트자카르타, 아트021의 로고 / 출처. 각 아트페어의 공식 홈페이지
1. 아이덴티티 디자인 / 키비쥬얼

아트페어 아이덴티티 디자인에는 필수 요소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트페어만의 특징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의 아트페어가 갖고 있는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 특색이 없는 아트페어는 디자인에도 특색이 없게 마련이라,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난항을 겪는다.

국제아트페어의 경우, 일반적으로 지역명을 이름에 넣는다. 아트바젤이 대표적이며,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로 시작한 키아프(Kiaf) 역시 뒤에 SEOUL을 넣어 지역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이는 추후에 키아프 역시 아트바젤처럼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둔 변화였다. 내년 시카고로 진출한다는 키아프가 키아프 시카고라는 이름으로 진출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와 작품의 특성이 있을 땐 그런 이름이 붙는다. 디자인 가구와 조명 등이 전시되는 디자인 마이애미, 사진과 디지털 아트, 뉴미디어 위주의 작품으로 출품하는 포토페어(Photofairs), 종이 작업 위주의 아트 온 페이퍼(ART ON PAPER)가 있고, 국내에도 조각과 설치 작품을 위주로 선보이는 조형아트서울(PLAS)과 디자인과 파인아트의 결합을 의미하는 디파인(Define)이 있다. 이런 출품 장르가 명확한 아트페어는 디자인에서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난다.

하지만 로고가 너무 복잡하거나 튀면 포스터와 인쇄물, X배너, 현수막을 비롯해 많은 부분에 다양하게 변형을 해야 하는 아트페어에 적합하지 않기에 로고는 점점 심플해지는 추세이다.
변경 전 프리즈 로고 / 출처. 프리즈 공식 홈페이지
변경 전 프리즈 로고 / 출처. 프리즈 공식 홈페이지
프리즈는 1991년부터 사용했던 로고를 2021년에 30주년을 맞이하면서 심플하게 바꾸었다 / 출처. 프리즈 공식 홈페이지
프리즈는 1991년부터 사용했던 로고를 2021년에 30주년을 맞이하면서 심플하게 바꾸었다 / 출처. 프리즈 공식 홈페이지
아트페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정할 때 로고와 함께 적합한 폰트, 컬러까지 선정해야 한다. 참여하는 갤러리의 홍보물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디테일하게 제공해야 한다. 그런 모든 부분에 신경 쓰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 아트페어라도 산만해 보이고, 수준이 낮아 보인다.

2. 인하우스 디자이너와 디자인 외주

아트페어는 인쇄 제작물, 현장 디자인물, 웹디자인과 SNS 홍보물, LED 전광판에 사용될 모션 그래픽까지 다양하고 많은 디자인 시안을 필요로 한다. 미술과 관련된 행사이기 때문에 참가 갤러리와 관객 모두 전체적인 통일성도 필요하고, 다른 아트페어들과 차별성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을 모두 내부에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에 디자인 담당자를 두어 조율하고, 전체적인 시안 작업은 외주 업체를 쓴다.

여러 디자인 회사가 한 분야의 전문인 경우가 많아 아트페어의 많은 디자인 품목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웹 디자인, 공간 디자인, 인쇄 출판 디자인, 상품 디자인의 영역이 매우 전문적으로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업체에게 외주를 주어야 하는 일도 발생한다. 처음 키아프를 맡았을 때 웹사이트와 인쇄 디자인과 현장 디자인 업체가 다 달라 그들을 조율하는 데 애를 먹었다.

키아프와 화랑미술제, 아시아호텔아트페어(AHAF) 등 다양한 아트페어의 디자인을 맡은 밀리미터콘텍스트의 장계영 디자이너와 함께하며 그런 부분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었다. 장계영 디자이너는 본래 건축을 전공해서 플로어플랜과 공간에 대한 디벨롭을 위해 협업하였다. 아트페어에 이해도가 높아지자 도록과 인쇄물, 현장 디자인물과 웹사이트 디자인까지 도맡게 되며, 아트페어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회사를 만들었다.

플로어플랜과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기본적으로 높기 때문에 아트페어 전반에 다양하게 들어가는 디자인을 통일성 있게 만들어 낸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순발력 있게 해결한다. 아트페어 설치 때도 현장에 함께 나와 자신의 디자인이 제대로 구현되는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시안을 넘기고 끝내는데 아트페어는 현장에서 변수가 많아 이런 부분을 끝까지 함께 봐주어야 한다. 외주라도 인하우스만큼 행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움직일 수 없는 업체를 쓰는 것이 좋다.

내부의 디자인 담당자는 외주로부터 받은 시안을 꼼꼼하게 검수해야 한다. 외주업체는 아무리 아트페어에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참가하는 많은 갤러리와 작가를 다 알지 못한다. 국제아트페어의 경우 작가 색인에 이름, 성 순으로 표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출판 지침을 따르는데, 한 번은 이런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어 ‘이불’ 작가와 ‘이배’ 작가가 ‘불이’, ‘배이’로 들어가서 온 적이 있다. 다행히 내부에서 시안을 검수할 때 발견하여 수정했지만, 그대로 도록이 인쇄가 들어갔다면, 두 작가님들께도, 두 작가의 작품을 출품한 갤러리에게도 큰 실례가 될 뻔하였다. 수많은 시안에 들어갈 데이터를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내부 디자인 담당자가 있어야 한다.

3. 인쇄 제작물

점차 아트페어 도록은 없어지는 추세이다. 정보가 가장 많아 주요 갤러리를 리서치할 때 유용하게 활용했던 아트바젤 도록도 50주년을 끝으로 만들지 않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 간 이동이 어려울 때 OVR(Online Viewing Room)이 상용화되었고, 지금은 거의 모든 아트페어가 행사 기간에 OVR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도록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었다. 도록에 들어가는 콘텐츠 제작비와 디자인 비용, 인쇄 제작비도 큰 지출이기 때문에 이 비용을 아껴 앱이나 온라인 콘텐츠 개발로 돌리고 있다. 다만, 참가갤러리나 참여 작가가 아카이브를 위해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어, 일부 아트페어에서는 여전히 도록을 제작하고 있다.
아트바젤은 'Art Basel | Year 50'을 끝으로 도록 제작을 멈추었다 / 출처. 아트바젤 공식 홈페이지
아트바젤은 'Art Basel | Year 50'을 끝으로 도록 제작을 멈추었다 / 출처. 아트바젤 공식 홈페이지
도록 이외에도 아트페어는 다양한 인쇄물을 제작한다. 아트페어 입구에 비치된 플로어플랜이 들어간 리플렛과 특별전 소개를 위한 소책자, 포스터, 초대권, 입장권, 봉투, 전시자 패찰, VIP 패키지 등이 있다. 많은 인쇄물에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적절하게 녹여내야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아트페어들은 앱을 개발해서 지류 인쇄물을 줄이고 있는 추세이다.

에코백과 굿즈도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한다. 아트페어 안에서 백팩을 매고 다니면 작품 훼손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것을 권장한다. 도록을 제작할 때는 도록을 넣어 줄 목적으로도 제작하였다. 에코백은 행사가 끝난 후에도 많이 들고 다니기 때문에 행사 홍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굿즈는 모자와 박스테이프, 마스킹테이프 등 다양하게 제작된다.

그중 아트페어에서 박스테이프를 만들어 나눠준 것은 나의 아이디어였는데, 2019년 올해의 작가상에 나왔던 이주요 작가의 수장고형 전시에 붙어있는 운송사의 박스테이프를 보았다. 코리안아트쇼에 공식 운송사로 마이애미에 함께 갔던 운송사였는데, 2019년 무렵에는 폐업을 한 상태였음에도 작품에 남아있는 박스테이프를 보며 아트페어도 박스테이프를 만들어 갤러리들에게 주면 작품 포장과 크레이트에 붙어서 전 세계로 퍼져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적중하여, 지금도 갤러리 수장고나 컬렉터의 집에 가면 포장지에 키아프 박스테이프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며 흐뭇해한다. 이런 굿즈 아이디어들은 실무자들의 경험에서 나오고, 갤러리나 관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고민하다 보면 꼭 필요한 것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올해의 작가상 2019> 작가 이주요의 전시 전경 / 출처. MMCA 올해의 작가상 홈페이지
<올해의 작가상 2019> 작가 이주요의 전시 전경 / 출처. MMCA 올해의 작가상 홈페이지
4. 현장 디자인물

현장 디자인물은 수량이 많고, 다양하다. 현장 디자인 퀄리티에 따라 아트페어의 분위기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조성한다. 특히, VIP 라운지, 토크 라운지, 카페 라운지처럼 아트페어에서 조성하고 운영하는 공간에는 아트페어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드러나게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디자인 수정이 어렵고, 설치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작업 규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장 경험이 많은 디자인 담당자와 베테랑 설치 업체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재발주가 들어가면 긴급으로 출력해야 해서 더 높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대한 현장에 들어가기 전에 현장 실측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오차를 줄여야 한다. 아트페어 디자인 담당자는 현장에서 발생했던 오차를 잘 기록하여 다음 행사에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줄여간다. 같은 컨벤션에서 다년간 진행했던 아트페어가 새로운 아트페어보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런 데이터들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가로등 배너, 천장 배너, 포토월 등에 쓰이는 소재가 다양하다. 패트지, 현수막, 시트지 등 인쇄되는 재질에 따라 같은 컬러라도 다르게 프린트되기 때문에 미리 테스트를 해서 키컬러와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 이런 다양한 재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X배너, 천장배너, 벽면 시트지에 컬러가 제각각이라 현장이 어수선하게 보일 수 있다.
키아프 서울의 현장 디자인 / 출처. 키아프 서울 공식 홈페이지
키아프 서울의 현장 디자인 / 출처. 키아프 서울 공식 홈페이지
5. 웹사이트와 SNS, 뉴스레터, 모션 그래픽

최근 오프라인에 집중했던 아트페어가 온라인으로 확장되며 웹사이트와 SNS, 뉴스레터의 디자인도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인쇄물과 현장물에 비해 제약이 덜하기 때문에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지만, 베리에이션이 너무 많으면 통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정적인 템플릿을 만들어 운영하면 좋다.

티켓도 지류에서 앱으로 많이 바뀌고, 최근 옥외 광고나 현장 광고판이 현수막에서 LED 전광판으로 많이 교체되며 활용할 수 있는 모션 그래픽 제작이 필수가 되었다.
키아프 서울의 옥외광고 / 출처. 키아프 서울 공식 홈페이지
키아프 서울의 옥외광고 / 출처. 키아프 서울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