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에서 미국만 잘나가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 현상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이후에도 심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미국 국채 금리, 달러화 등이 반등하고 주식 시장에서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탄력을 얻은 영향이다.

국제금융센터는 21일 발간한 '금융시장의 미국 예외주의 배경과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의 미국 예외주의는 지난 10년간 이어져 온 구조적인 현상"이라며 ▲미국의 테크 산업 고성장 ▲효율적 자본시장과 주주 친화적 기업 문화 ▲강력한 재정정책 부양 등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美 경제 '나 홀로 독주'

미국 경제는 '나 홀로 독주'를 지속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면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미 동부 시간 기준 21일 오전 1시 기준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6.59 수준을 나타냈다. 약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올 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달러 매수세가 가팔랐던 때보다도 달러 가치가 더 높게 오른 것이다. 주가와 국채 금리도 크게 올랐다. 10월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6%P 넘게 올랐으며, S&P500 지수도 2.7%P 가량 올랐다.

투자자들도 우선 미국에 베팅하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 주식 펀드에는 3160억달러가 유입됐다. 2021년 이후 가장 강한 유입세다. 대선 직후인 11월 둘째 주에는 558억이 유입되며 주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에 반해 서유럽, 중국, 신흥국에서는 오히려 유출 폭이 확대됐다. 채권펀드도 마찬가지다. 미국 채권펀드에는 올해 들어 5589억이 유입됐는데, 이 역시 2021년 이후 최대 유입세다.

빅테크·주주 친화적 기업·재정지출로 날개 달았지만'양날의 검' 될까 우려

보고서는 금융시장에서 미국 예외주의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빅테크의 부상'을 꼽았다. 빅테크가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선점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탄력을 얻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거대 기술기업 7곳을 일컫는 '매그니피센트7'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과 자본지출에 연간 약 500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AI 산업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효율적이고 유동적인 미국의 자본시장도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기업들이 자본을 유동적으로 배치 및 활용하고,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의 분석을 인용해 "일본, 한국 등 일부 국가들이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미국과는 차이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지출도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시행했던 감세 정책,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투입한 재정지원은 가계 소비를 유지하면서도 기업 실적 증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미국 가계 소비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도 4분기와 비교해 13% 늘었는데, 이는 같은 시기 일본(0.6%), 유로존(2.5%), 영국(1%)을 훨씬 웃돈다. 또한 이민자 유입을 통해 노동 시장 공급이 꾸준하다는 점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짚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예외주의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강점이 여전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당분간 금융 시장 상승세를 지속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다만,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7%에 달할 정도로 비대해진 연방 부채, 빅테크 분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고평가 가능성 등은 미국 경제의 위험 요소라고 짚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