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로버섯 찾는 3세기 돼지 모자이크…사실은 양송이라고?
모자이크 안에 돼지, 그리고 버섯이 있다. 게다가 모자이크의 고향은 이탈리아. 그렇다면 그림 속 버섯은 조건반사로 ‘송로버섯’(트러플)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철갑상어알(캐비아), 거위 혹은 오리 간(푸아그라)과 더불어 송로버섯은 ‘세계 3대 식재료’로 통한다. 압도하는 맛이나 향을 지니고 있어 그대로, 혹은 최소한의 조리만 해서 먹어도 되는 식재료들이다.

셋 가운데서도 돼지와 송로버섯의 관계가 가장 재미있다. 송로버섯은 19세기 양식에도 성공했지만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자연산을 채취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면이나 나무 그루터기 같은 데서 자라지 않고 땅에 묻혀 숨어 있다. 인간의 눈으론 발견할 수가 없다. 후각이 발달한 돼지가 필요하다. 후보지에 풀어 놓으면 냄새를 맡아 송로버섯을 찾아준다.

검은 송로버섯(트러플·왼쪽)과 흰색 송로버섯.
검은 송로버섯(트러플·왼쪽)과 흰색 송로버섯.
서기 200년께 모자이크(바티칸 박물관 소재)를 보면 바로 송로버섯이라 넘겨짚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방이 최고의 특산지로 꼽히는 송로버섯은 울룩불룩한 구형이다. 우리가 버섯이라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갓과 기둥의 조합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모자이크에 돼지와 함께 등장하는 버섯은 아무래도 송로버섯이 아닐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렇다면 어떤 버섯일까? 송로 다음으로 유명한 버섯으로는 ‘크레미니(cremini)’가 있다. 이탈리아 이름으로 말하니 꽤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도 이 버섯을 알고 있다. 바로 양송이로, 영어로는 ‘단추버섯(button mushroom)’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양송이는 흰색 아닌가? 모자이크의 버섯은 갈색과 검은색을 띠고 있다. 사실 둘은 같은 버섯이다. 원래 양송이는 모자이크에서 볼 수 있듯 전부 갈색이었다고 한다. 기원은 당연히 야생이었지만 18세기 초, 그러니까 1707년 프랑스의 식물학자 조제프 피통 드 투르네포르가 처음으로 양식에 성공했다. 그렇게 양송이의 대량 양식이 시작된 가운데, 192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버려진 탄광 혹은 버섯 농장에서 흰색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를 따로 채취해 재배하면서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하얀 양송이버섯이 대세가 됐다. 한편으로는 흰색 양송이가 조금 더 자라면 갈색이 된다며 둘을 재배 기간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어쨌거나 작고 귀여워 만화 속 버섯집의 모델로도 흔히 쓰이는 양송이는 그대로 두면 꽤 커진다. 갓이 10㎝까지도 자라는데, 그러면 이름도 바뀌어 포르토벨로(Portobello)라 부른다. 이때는 갓 밑의 ‘아가미(gill)’가 완전히 자라 있으므로 조리할 때 숟가락으로 긁어내야 한다. 번, 즉 햄버거용 빵의 크기와 비슷해 구워서 채식 버거의 패티로 흔히 쓴다. 자란 만큼 수분이 빠져 맛이 진하다.

양송이버섯은 세계적으로 흔하다. 그만큼 맛 또한 귀한 버섯에 전혀 뒤지지 않으니 얇게 썰어 날로 먹어도 진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조리가 귀찮다면 적당히 썰어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제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조리가 특별히 까다로운 것도 아니다. 팬을 중불에 올려 달구는 사이 양송이를 깨끗이 씻어 칼로 2~4등분 한다. 맞다. 버섯은 속설과 달리 물로 씻어도 괜찮다. 달궈진 팬에 버섯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 뒤 갈색이 돌 때까지 뒤적이며 볶는다. 이대로 먹어도 좋고, 불에서 내리기 1분쯤 전 다진 마늘을 더해 마저 익혀주면 향이 훨씬 더 좋아진다. 모자이크의 버섯이 정녕 송로가 아니라 양송이라고 해도 전혀 아쉽지 않을 맛이다.

이용재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