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72.1%인 163곳이 출산지원금을 자체 예산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첫째 기준으로 전남 고흥군이 1080만원, 전남 진도군 1000만원, 전북 김제시 800만원 등 지원 규모도 상당하다. 지자체 출산지원금은 출산일 기준으로 해당 지자체에 주소가 등록돼 있으면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지자체의 출산지원금이 국가적 출산율 제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산지원금 500만원 이상을 지급한 지자체 24곳 중 15곳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출산지원금이 없었다면 인구 감소폭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지원금이 많은 지자체의 출산율이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적은 인근 지자체 인구가 감소하는 ‘제로섬’ 현상과 출산지원금을 받고는 이내 살던 곳으로 다시 이주하는 ‘먹튀’ 등 구조적 요인이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월 인구 대책을 발표한 경상남도의 경우를 보면 이 지역 A 지자체는 2019년 출산지원금을 첫째는 50만원에서 100만원, 둘째는 70만원에서 300만원, 셋째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였다. 그랬더니 합계출산율이 전년 0.84명에서 1.11명으로 올라갔다. 반면 바로 옆의 B 지자체는 1.08명에서 1.0명으로 낮아졌다. 이번에는 B 지자체가 지난해 첫째부터 셋째까지 동일하게 500만원으로 올리자 B 지자체의 출산율은 0.8명에서 1.02명으로 높아지고 A 지자체가 0.64명으로 급락했다.

출산지원금은 지자체가 개별 시행하기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 맞다. 지자체는 출산 돌봄 인프라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지역소멸을 막는 데 인구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혈세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인구 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