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사장단 "상법개정 강행땐 기업 근간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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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대기업 긴급 성명
"상법개정, 정상적 경영활동 위축
글로벌 탈규제 흐름에도 역행"
美, ISS 등 의결권 자문기관 규제
韓 '경영상 결정' 법으로 강제 우려
"상법개정, 정상적 경영활동 위축
글로벌 탈규제 흐름에도 역행"
美, ISS 등 의결권 자문기관 규제
韓 '경영상 결정' 법으로 강제 우려
국내 16개 대기업 사장단과 한국경제인협회가 21일 긴급 성명을 낸 것은 현재의 위기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외부 위험 요인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현재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 뿌리를 갉아먹는 ‘내우(內憂)’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다. 기업들은 “지금처럼 지배구조를 흔드는 법안이 동시에 쏟아진 적은 없었다”며 “기업 존립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료제 개혁을 내세우는 등 탈규제로 치닫는 마당에 한국 기업은 상법 개정 등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각종 규제 법안에 혁신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동안 ISS 등 의결권 자문기관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의결권 자문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규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자문기관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연기금 등과 공동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게 개혁의 이유였다.
정부가 꺼내 들고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경영상 결정을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소액주주 보호와 밸류업(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상법 382조3항에 명시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소액 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엔 거듭 공감하면서도 “미흡한 점이 있다면 ‘핀셋 조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기업 분할·합병 시 주식 비율을 시가에서 내재가치로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충분히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교각살우는 안 된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알파벳(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 차등의결권(특정 주주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 부여) 등 경영권 보호 장치를 기반으로 경영에 집중하는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상법에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넣으려면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같은 제도를 함께 도입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성명에서 “올해 성장률은 2%대 초반에 그치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민생경제를 살릴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내수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장단은 “혁신을 통해 기업의 성장성을 개선하고, 주주가치 제고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는 만큼 과감한 규제개혁과 더불어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모빌리티 등 주요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 2.0%에 수렴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보다 낮춰 잡았다. 전망치 수정과 함께 IMF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무역 패턴 변화, 혁신적인 기술 변화, 기후 취약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기업 근간 흔드는 상법 개정안
기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밸류업’으로 포장된 상법 개정안이 글로벌 탈규제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앉히며 대대적인 관료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기업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동안 ISS 등 의결권 자문기관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의결권 자문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규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자문기관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연기금 등과 공동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게 개혁의 이유였다.
정부가 꺼내 들고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경영상 결정을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소액주주 보호와 밸류업(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상법 382조3항에 명시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소액 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엔 거듭 공감하면서도 “미흡한 점이 있다면 ‘핀셋 조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기업 분할·합병 시 주식 비율을 시가에서 내재가치로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충분히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교각살우는 안 된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국 증시 매력도 높이겠다”
이처럼 기업들이 전례 없이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지배구조를 흔드는 규제가 동시다발로 추진되면서 해외 투기세력의 공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공세의 목표물이 된 한국 기업은 2019년 8개에서 2023년 77개로 열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알파벳(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 차등의결권(특정 주주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 부여) 등 경영권 보호 장치를 기반으로 경영에 집중하는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상법에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넣으려면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같은 제도를 함께 도입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성명에서 “올해 성장률은 2%대 초반에 그치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민생경제를 살릴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내수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장단은 “혁신을 통해 기업의 성장성을 개선하고, 주주가치 제고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는 만큼 과감한 규제개혁과 더불어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모빌리티 등 주요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 2.0%에 수렴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보다 낮춰 잡았다. 전망치 수정과 함께 IMF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무역 패턴 변화, 혁신적인 기술 변화, 기후 취약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