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보조금을 통한 자국 내 반도체 기업 유치, 친환경에너지 산업 육성, 중동 평화 등 자신의 정책을 안착시키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기업 유치·친환경산업 지원…바이든 정책 '쐐기'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행정부에서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운명이 불투명하다”며 “상무부는 두 달 내 최대한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바이드노믹스를 대표하는 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판하며 폐지 의사를 내비쳤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칩스법과 관련해 “그 칩 거래는 정말 나쁘다. 사람들은 10센트도 낼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주는 대신 수입 반도체에 세금을 부과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위협에도 칩스법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있다. 이 법이 민주·공화 양당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을 뿐만 아니라 폐지할 경우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주에서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보조금 지급 조건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공화당은 보조금 지원 요건 중 민주당 색이 짙은 노조 보호, 환경영향평가 규제 등의 조항을 제거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보조금 규모는 유지되더라도 지급 시기가 늦춰지면서 기업 경영에는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환경에너지업계는 반도체보다 더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양당은 반도체가 미·중 경쟁의 핵심 전장이라는 인식을 공유하지만 친환경에너지 부문에 대해 공화당은 원전과 화석연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부 대출프로그램사무국(LPO)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녹색 산업을 지원하는 대표 기구로 자리매김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첫 번째 임기에 LPO 예산을 삭감했다. 보수 성향인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한 정책 제언 ‘프로젝트 2025’에는 친환경에너지 신규 대출을 없애고, LPO를 폐쇄하자는 주장이 담겨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자사 보고서에서 “IRA가 미국 에너지 시스템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평화 노력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막바지 외교 행보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의 중동 특사인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평화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전날 레바논을 찾은 데 이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호치스타인 특사는 이날 헤즈볼라를 대변하는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과 기자회견을 하고 “추가 (협상)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레바논 리타니강 이남에 레바논 정규군과 유엔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는 내용의 휴전안을 제안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