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내다보는 '헤지펀드의 전설'…소로스가 고른 '원석' 스머핏 웨스트락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사진)가 이끄는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증시 하락장을 점치고 있다. 빅테크가 무섭게 견인하고 있는 활황장의 끝이 머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투자 전략에 미묘한 변화를 주고 있다.

또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 산업을 공략해 '원석' 같은 신규 투자처를 적극 물색하고 있다. 아직 경쟁 강도가 거세지 않은 데다 연계 사업 확대가 용이한 친환경 포장재 시장 등으로 재빨리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소로스펀드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올 3분기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운용자산 1억달러 이상 기관 분기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소로스펀드는 스머핏 웨스트락 주식 689만6971주를 신규로 사들였다.
하락장 내다보는 '헤지펀드의 전설'…소로스가 고른 '원석' 스머핏 웨스트락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이전까진 스머핏 웨스트락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었는데 3분기에 집중적으로 사들여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단숨에 4.92%를 기록했다. 3분기 상위 매수 종목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스머핏 웨스트락은 골판지 상자나 용기 보드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포장재 업체다. 종이로 만드는 다양한 포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식음료, 전자상거래, 일반 소비재 등 다양한 산업에 걸친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투고백처럼 액체나 반고체 제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플라스틱 백을 담은 박스인 백인박스도 핵심 제품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포장 기술을 갖추고 있어 순환경제에 적합한 사업 구조를 갖췄다. 스머핏 웨스트락의 주가는 50달러대 중후반으로형성돼 있다. 올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한달 동안에만 주가가 20% 이상 뛰었다. 친환경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어 스머핏 웨스트의 성장 가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하락장 내다보는 '헤지펀드의 전설'…소로스가 고른 '원석' 스머핏 웨스트락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이와 함께 미국 제약 업체 사렙타 테라퓨틱스 주식 역시 20만6583주를 사들였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7%이. 사렙타 테라퓨틱스는 희귀 근육질환 치료제 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희귀 근육 질환 치료제 사용 확대를 점차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빅테크들이 이끄는 상승장에서 시장 흐름과 반대되는 투자도 단행했다. 증시가 고점에 이르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풋옵션을 대거 매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SPDR S&P 500 ETF 트러스트 풋옵션의 경우 올 2분기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3%에 그쳤지만 3분기엔 훌쩍 뛰어 17.60%까지 확대됐다. 투자 비중을 3개월 간 14%포인트 이상 늘렸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러셀 2000 ETF 풋옵션도 새로 사들여 투자 비중을 2.55%까지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빅테크 주가가 오를만큼 올랐다는 판단도 눈에 띄었다. 소로스펀드는 올 2분기에 보유하고 있던 아마존 지분을 대거 매도했다. 3분기에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주식을 39만7052주 팔았다. 알파벳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2.99%에서 3분기 1.24%로 낮아졌다.

소로스펀드는 통상 빅테크들이 급락할 때 사들이고, 치솟을 때 대거 내다파는 투자 전략을 보여왔다. 실제 빅테크 주가가 급락하던 2022년엔 아마존과 알파벳 주식을 저가에 잇따라 사들였다. 포트폴리오에 없던 테슬라 주식도 새로 매수하기도 했다. 알파벳 주가는 올 들어서만 30% 가까이 뛴 상태다. 시장 독점 이슈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구글이 자사 브라우전인 크롬을 매각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