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프롬 로고(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가즈프롬 로고(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을 위해 러시아 금융 기관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그동안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던 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가즈프롬뱅크가 이번에 포함됐다. 유럽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에 천연가스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美 “러에 단호한 조치 취할 것”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는 이날 러시아 은행 50곳 이상, 러시아 증권 등기소 40개 이상, 러시아 금융 관료 15인 등 118개 단체와 개인을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가즈프롬뱅크와 자회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가즈프롬뱅크는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업체 가즈프롬의 자회사로, 러시아와 유럽 각국 간 천연가스 거래 결제의 주요 창구 역할을 한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것을 고려해 가즈프롬뱅크를 직접적으로 제재하진 않았다. 글로벌 상품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은 이미 가즈프롬뱅크에 제재를 내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재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 정부가 군인에게 급여를 제공하고 전쟁 물자를 구매하는 등의 과정에서 가즈프롬뱅크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가 그동안 제재받지 않은 러시아 은행 중 최대 은행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은 “오늘 제재는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를 피해 군을 지원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의 불법적이고 무분별한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가 사용하는 모든 금융 채널에 대해 계속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독자 지급결제 시스템인 SPFS(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에 참여하는 해외 금융기관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연가스 급등


제재 여파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럽 일부 국가로 공급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차단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여나가고는 있지만, 이미 비축량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서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가스가 예상보다 빨리 차단되고 수요는 여전히 높을 경우, 특히 겨울이 더 추워지면 유럽은 놀라울 정도로 낮은 가스 매장량으로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전했다.

유럽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천연가스 공급원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은 유럽의 가장 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국이지만 러시아가 여전히 뒤를 잇는 등 러시아산 에너지를 완전히 끊지 못했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기준 천연가스의 80%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산 LNG가 러시아 공급을 대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곧 취임하면 유럽에서 미국산 LNG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천연가스 12월물은 전장보다 3.94% 오른 메가와트시(㎿h)당 48.640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TTF 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이 48유로를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이다.
TTF 거래소 천연가스 선물 가격(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TTF 거래소 천연가스 선물 가격(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최근 북한군 파병,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 등으로 양국 긴장이 고조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날 오후 가즈프롬뱅크가 미국 제재 대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급 우려가 확대됐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