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0일 사임 의사를 밝힌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내년 1월 20일 사임 의사를 밝힌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미국 뉴욕증시가 하루 전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실망감을 덜어내고 반등에 성공했다. 위험 자산 가격이 반등한 가운데,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처음 1개 당 9만 9천 달러(코인베이스 기준, 현지시간 오후2시경) 고지에 올랐다. 반면 암호화폐 대표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월가의 공매도 시도가 이뤄지면서 최근의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현지시간 2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6포인트, 0.53% 오른 5,948.7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6.28포인트 0.03% 상승한 1만 8,972.42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61.88포인트, 1.06% 오른 4만 3,870.3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도 미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지만 금리 전망과 채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전날 대비 1.4bp(1bp는 0.01%) 상승한 4.42% 수준에서 움직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하 확률을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는 내달 18일 0.25%포인트 인하 확률을 55.94%, 동결 확률은 44.06%로 전날과 동일했다. 러시아가 우크라니아를 상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사용했다는 소식 속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 금값은 0.77% 오른 트로이온스당 2,672.20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는 하루 전 보다 2.01% 올라 배럴당 70.13달러로 가격 회복을 보였다.

● 오전 -3%로 출발 뒤 극적 반등…월가 "내년 마진 회복할 것"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널뛰던 엔비디아 주가는 가까스로 전날 대비 0.54% 오른, 주당 146.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상당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한때 3% 가까이 밀렸지만 오후 들어 완만한 회복을 이어가며 전체 지수의 회복을 도왔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이날 공개한 보고서는 마진 하락에 대한 우려를 담았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축소해 평가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엔비디아 목표가 220달러로 월가 최고 가격을 제시한 로젠블랫 증권은 “호퍼 아키텍처의 수요가 3분기 실적을 견인했고, 블랙웰의 수요는 예상보다 강력하다”며 “매출총 이익률의 압박은 2026회계연도 초반까지 이어직겠지만 곧 회복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벡 아리아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도 목표가 190달러를 유지하고 이번 콘퍼런스 콜 의미를 재평가했다. 비벡 아리아는 현재 진행 중인 4분기 매출액 전망치 375억 달러는 예상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랙웰 출시로 매출총이익률은 70% 초반으로 떨어지겠지만 내년 하반기 70% 중반을 회복할 것”이라며 마찬가지 옹호론을 폈다. 최선호주로 제시한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에버코어ISI, 바클레이즈, 니덤, 제프리스 등 이번 실적으로 인해 투자의견을 내린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가장 보수적 평가를 내린 곳은 도이치뱅크로 “블랙웰의 전력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음에도 주가는 엔비디아의 성공에 대한 기대치를 이미 상당부분 반영했다”며 기존 목표가 140달러를 유지했다.

시장 전반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날 엔비디아를 제외한 매그니피센트7 종목이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0.63%, 애플 -0.21%등 하락했고, 알파벳은 하루 4.56%, 아마존도 2.22% 내렸다. 이 가운데 알파벳은 미 법무부가 연방법원의 반독점 판결에 따른 기업 분할 상세 계획을 공개하면서 장 초반 6% 하락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알파벳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 부문의 분할과 잠정적인 안드로이드 매각을 권고했다. 요건 위반시 지난 8월 이후 거론되어온 기업 분할을 강제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스마트폰 제조사 등을 통해 검색 기본 엔진으로 구글 제품을 탑재하기 위한 비용 지불 행위도 전면 금지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 가운데 미 법무부가 소비자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할 수 있는 추가적인 수단 확보도 막았다고 전했다. 기술기업들의 주도권 경쟁이 벌어진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 혹은 인수를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이 이에 포함된다. 지난해 20억 달러를 들여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사 앤트로픽에 투자한 파트너십도 무효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은 이에 대해 자사 공식 페이지를 통해 “인공지능 투자를 위축시키고, 미국의 경제와 기술 리더십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SEC 위원장, 결국 자진 사임…트럼프 경제팀 인선은 진통 [글로벌마켓 A/S]
● 비트코인 10만 달러 앞두고..마이크로스트래티지 향한 공매도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의 강세와 함께 치솟던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날 사상 최고가인 주당 540달러를 넘긴 뒤 17%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오전 개장 하자마자 주당 542달러까지 상승한 주가는 오후 내내 하락을 이어갔다. 장 마감 이후 현지시간 오후 6시 현재 연장 거래에서 5%대 반등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날 하락에도 올해 들어 470%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전날 2029년 만기에 금리는 0%이지만, 현재 주가 대비 55% 프리미엄을 부여한 행사가격에 26억 달러의 전환사채 발행 계획을 공개하는 등 암호화폐 비트코인 현물 매수와 이로 인한 동반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21일 오전 시트론 리서치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대한 공매도 입장을 밝히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시트론은 "비트코인 투자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쉬워지면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거래량이 비트코인 펀더멘털과 완전히 괴리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론은 “비트코인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지만,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공매도로 헤지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이용한 거래 수단이 늘어난 점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최대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올해 초 출시한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IBIT)는 전날부터 개별 종목과 같은 롱숏 베팅이 가능한 상품으로 허용됐다.

나머지 개별 종목 가운데 전날 22% 가까이 급락한 유통 회사 타겟은 이날도 0.11% 하락을 이어갔다. 도이치뱅크는 가격 정책과 프로모션 등에서 회복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투자의견을 보류로 내리고, 목표주가는 기존 184달러에서 108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모바일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연방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으로 4% 가량 내렸다. 앞서 공매도 전문 리서치인 힌덴버그는 지난 10월 로블록스의 일일 활성이용자 수가 고유한 개인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생성한 봇 등을 중복 집계해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SEC 위원장, 결국 자진 사임…트럼프 경제팀 인선은 진통 [글로벌마켓 A/S]
● 게리 겐슬러 내년 1월 자진 사임…차기 재무장관 안갯 속



월가에서 엔비디아만큼 주목한 이번 주 대형 이벤트인 차기 재무장관은 여전히 안갯 속에 쌓여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전날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케빈 월시 전 연준(Fed) 이사와 마크 로완 아폴로 글로벌 운용 최고경영자 등이 최종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지난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 6차 발사에 참관한 빌 해거트 공화당 상원의원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등 인선에 진통을 겪고 있다. 온라인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거론된 후보 가운데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최고경영자가 될 가능성을 42%, 마크 로완 21%, 빌 해거트와 케빈 월시를 동등한 16%로 평가하고 있다. TD코웬은 해당 후보 가운데 마크 로완이 선임 될 경우 증시와 자산 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의 파격 인선이었떤 맷 게츠 법무장관 지명자는 미성년자와 성관계 등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이날 자진 지명 철회했다.

재무장관과 함께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인선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날 게리 겐슬러 현 SEC 위원장이 공식 자료를 통해 내년 1월 20일 사임하겠다는 뜻을 공개했다. 게리 겐슬러는 지난 2021년 33대 위원장으로 취임해 2026년까지 임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겐슬러 위원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기 재무부 차관, 버락 오바마 재임기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거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으로 SEC 위원장에 오른 민주당 인사로 이번 대선 이후 교체 우선 순위로 꼽혀왔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으로 세계 최고 자본시장 책임 맡아 영광이었다”면서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촉진, 발행시장 사명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미 SEC는 겐슬러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위원 가운데 2명의 임기가 올해말과 2025년만료되는 등 공화당 정부의 입김에 따른 인사가 다수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번 주 엔비디아 실적을 소화한 시장은 주말을 앞둔 소강상태에 들어갈 전망이다. 22일인 금요일은 S&P글로벌이 집계한 미국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미시간대에서 집계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과 소비자심리지수 11월 지표가 공개된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