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효율부’라는 조직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정부효율부의 수장으로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와 인도계 출신 기업가이자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를 공동으로 내정했다.

이름부터 ‘DOGE’…머스크 제안, 트럼프가 수용

트럼프는 지난 13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훌륭한 이들 두 미국인은 함께 나의 행정부를 위해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효율부는 이런 급진적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외부에서 조언을 제공하고 대규모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조직에 ‘기업가적 접근 방식’을 접목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타 CEO인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견인한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머스크는 지난 8월 트럼프에게 정부효율부 신설을 제안했고, 트럼프는 9월 설치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머스크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운영하며 인허가 규제 등을 놓고 정부와 여러 차례 부딪쳐왔다.

정부효율부의 영문 명칭은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머릿글자를 따면 ‘DOGE’다. 머스크가 사랑하는 암호화폐 도지코인과 일치한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의 활동이 미국의 독립 선언 250주년인 2026년 7월 4일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선거운동 기간에 연방정부 예산을 최소 2조 달러(약 2800조원) 삭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연방기관이 428개나 되는데 들어보지 못한 곳이 많고 영역이 겹치는 곳도 많다”며 “99개면 충분하다”고 했다. 조직을 4분의 1토막 내는 대수술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다만 정부효율부의 권한과 위상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정부효율부가 어떻게 운영될지, 의회에서 그토록 과감한 개혁을 승인할 생각이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공식 부처가 아닌 자문기구나 위원회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 매체 ‘더힐’은 “기업인인 머스크가 정부에서 역할을 맡게 되면 이해 상충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예산 2조 달러 삭감” vs “생각처럼 쉽지 않아”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머스크가 공언한 ‘2조 달러 삭감’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BBC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최근 1년간 6조7500억 달러(약 9490조원)를 지출했는데 국채 이자 지급, 사회보장제도 운영 등 의무 지출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외신들은 “단기간에 그 정도 규모의 지출을 감축하려면 중요한 정부 기능이 무너지거나 대중의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을 준수하려면 마음대로 없앨 수 없는 항목도 많아 민간기업을 운영하듯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