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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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갈 데까지 가봤다"며 향후 북미 협상이 재개될 거란 관측에 선을 그었다.

22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정책이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 "우리 당과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기 국가의 안전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절대로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손으로 군사적 균형의 추를 내리우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임을 다시금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 이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 등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추측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군사적 균형의 추'를 언급하면서 '비핵화'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이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직접 메시지를 날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14~15일 연설에서 전쟁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대미 비난 메시지를 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응을 살피며 향후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북미 대화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핵무력 고도화'와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협상 재개의 조건을 다시 부각시키면서 트럼프 당선인을 '투 트랙'으로 압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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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연설한 무장장비전시회에는 소총과 탱크, 우주발사체 등 다양한 군사 장비가 한 데 모였다. 지난해 11월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어 쏘아올린 발사체 '천리마-1형'도 전시됐다. 또 지난달 처음 발사한 화성-19형, 지난해 4월 등장한 화성-18형 등 북한이 새로 내놓은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들도 전시장에 놓였다. 다양한 형태의 자폭형 무인기(드론)나 최근 러시아에 수출한 240㎜ 방사포 등을 탑재한 장갑차도 전시됐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