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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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프라 재벌그룹인 '아다니그룹'의 수장이 미국에서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당하면서 아다니그룹의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약 37조원 증발했다. 최근 인도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는 가운데 인도 증시에 또다른 악재가 겹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1일 아다니엔터프라이즈는 인도 국립증권거래소(NSE)에서 23.44% 급락한 2160루피에 마감했다. 이 회사는 아다니그룹 지주회사로 NSE 상장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28위다. 전날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약 7617억 루피(12조6197억원)가 증발해 2조4393억 루피(41조3095억원)까지 내려왔다.

아다니파워(-9.62%), 아다니포트&SEZ(-13.23%), 아다니그린에너지(-18.95%), 아다니토탈가스(-10.38%), ACC(-7.99%) 등 아다니그룹주들도 줄줄이 약세였다. 주요 계열사들을 포함해 전날 하루 줄어든 아다니그룹 시가총액만 2조2500억루피(37조2825억원)에 달한다.

미국 뉴욕동부지방검찰청은 지난 20일 고탐 아다니(Gautam Adani) 아다니그룹 회장을 증권사기 등 공모 혐의로기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아다니그룹이 재무제표를 조작했다는 혐의다. 아울러 검찰은 아다니 회장 등이 인도 공무원에게 2억5000만 달러 이상의 뒷돈을 건넨 대가로 대규모 에너지 개발사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아다니그룹의 신용도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는 기소 직후 "아다니 그룹 회장과 다른 고위 임원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것은 그룹 계열사에 신용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다니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 가격 역시 일제히 급락했다.

최근 인도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다니그룹 악재도 겹치면서 인도 증시 약세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도 니프티50 지수는 9월 말 이후 이달 21일까지 9.53%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인도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28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12억달러)이나 베트남(3억6000만달러)보다 더 많은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강세와 미국 우선주의 정책 부상으로 글로벌 자금이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간 게 원인이다.

국내 상장된 인도 관련 ETF도 최근 약세다. 'KODEX 인도Nifty50'은 최근 1개월 사이 4.7% 하락했고,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는 5.29% 빠졌다.

아다니 가문은 릴라이언스그룹을 소유한 암바니 가문과 함께 인도 내 재산순위 1, 2위를 다투는 재벌 가문이다. 지난 9월 기준 아다니 가문의 재산은 약 186조6000억원, 암바니 가문의 재산은 162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