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인생을 새롭게 빛나게 하는 힘, 탈습관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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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어게인: 변화를 만드는 힘
캐스 선스타인·탈리 샤롯 지음
이경식 옮김/한국경제신문
340쪽|2만2000원
캐스 선스타인·탈리 샤롯 지음
이경식 옮김/한국경제신문
340쪽|2만2000원
“당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날은 언제였는가?”
‘넛지’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과 인지신경과학자 탈리 샤롯이 쓴 <룩 어게인: 변화를 만드는 힘>은 대뜸 이렇게 묻는다.
어떤 사람에겐 결혼식 날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겐 아이가 태어난 날, 혹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상을 받은 날일 수 있다. 그 최고의 날이 타임 루프처럼 매일 반복된다면 어떨까. 최고의 날은 예전보다 덜 즐겁고, 덜 행복하게 변한다. 지루한 날이 될 수도 있다.
저자들은 이를 ‘습관화’라는 말로 설명한다. 자극이 반복되면서 점점 덜 반응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인간의 본성이다. 어떤 좋은 것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날씨 좋은 곳으로 휴가 갔을 때 가장 행복한 기분은 처음 43시간만 지속됐다.
습관화는 진화의 결과물이다. 뇌는 생존을 위해 예전의 것과 다른 새로운 것에 우선 초점을 맞춘다.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연기 냄새, 눈앞에 불쑥 나타난 사자 등이다.
저자들이 내세우는 해법은 ‘탈습관화’다. 탈습관화를 통해 인생의 밋밋한 것들을 다시 새롭게 빛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의 활기를 되찾고, 창의력을 증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적인 근거를 잔뜩 들이대는 진지한 책은 아니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들긴 하지만 그보다 여러 일화를 통해 주장을 개진한다. 가볍게 편한 마음으로 읽기 좋다. 다만 그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50대 여성인 줄리아와 레이철이 있다. 줄리아는 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레이철은 반대로 지루하다고 한다. 차이를 만들어 낸 원인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남’에 있다. 줄리아는 출장을 자주 간다. “저는 종종 집을 떠나고, 그래서 집을 무척이나 그리워합니다. 그러다 돌아오면 집이 늘 새롭게 느껴집니다.”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삶의 소소한 것들을 즐기는 기쁨’을 일깨워준 것이다.
반면 레이철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자기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멋진지 깨닫지 못한다.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편안한 집이 없는 삶을 경험하지 못한다. 늘 곁에 있다 보니 습관화에 빠져든 탓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천국 같은 곳에 있어도 익숙해지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이럴 때 탈습관화가 필요하다. 일부러 한동안 그것들을 멀리 해야 한다. 저자들은 줄리아처럼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집을 떠나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가지 못하더라도, 짬을 내서 일상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년의 위기가 찾아오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생활이 안정되지만 행복감은 오히려 낮다.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책은 나이를 떠나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경험을 사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모두 독서광이었다.
저자들은 탈습관화를 통해 창의력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육상 선수였던 딕 포스베리는 10대 시절, 자신이 낙오자라고 느꼈다. 고등학생 경기에 선수로 뛰려면 최소 5피트(약 1.5m)를 뛰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포스베리는 남들처럼 직선으로 뛰지 않고, J자 모양의 경로를 따라 뛰어갔다. 그리곤 배를 하늘로 향하는 자세로 넘었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하지만 승자는 포스베리였다. 그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요즘 높이뛰기 선수들은 다들 포스베리 플롭(배면뛰기)을 한다.
학자들이 실험했는데 창의적인 사람들은 습관화 속도가 느렸다. 반복적인 일을 금방 무덤덤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습관화와 탈습관화는 위험 관리와도 관련 있다. 1967년 9월 3일 일요일 새벽 4시 50분을 기점으로 스웨덴은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꿨다. 걱정이 컸다. 운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교통사고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반대로 교통사고가 대폭 줄었다.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고 다들 조심해서 운전했기 때문이었다. 우측통행이 정착하자 사고 건수는 다시 예전 수준으로 늘었다.
탈습관화, 말은 쉽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들은 이를 너무 쉽게 말한다. 다만 탈습관화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넛지’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과 인지신경과학자 탈리 샤롯이 쓴 <룩 어게인: 변화를 만드는 힘>은 대뜸 이렇게 묻는다.
어떤 사람에겐 결혼식 날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겐 아이가 태어난 날, 혹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상을 받은 날일 수 있다. 그 최고의 날이 타임 루프처럼 매일 반복된다면 어떨까. 최고의 날은 예전보다 덜 즐겁고, 덜 행복하게 변한다. 지루한 날이 될 수도 있다.
저자들은 이를 ‘습관화’라는 말로 설명한다. 자극이 반복되면서 점점 덜 반응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인간의 본성이다. 어떤 좋은 것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날씨 좋은 곳으로 휴가 갔을 때 가장 행복한 기분은 처음 43시간만 지속됐다.
습관화는 진화의 결과물이다. 뇌는 생존을 위해 예전의 것과 다른 새로운 것에 우선 초점을 맞춘다.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연기 냄새, 눈앞에 불쑥 나타난 사자 등이다.
저자들이 내세우는 해법은 ‘탈습관화’다. 탈습관화를 통해 인생의 밋밋한 것들을 다시 새롭게 빛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의 활기를 되찾고, 창의력을 증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적인 근거를 잔뜩 들이대는 진지한 책은 아니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들긴 하지만 그보다 여러 일화를 통해 주장을 개진한다. 가볍게 편한 마음으로 읽기 좋다. 다만 그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50대 여성인 줄리아와 레이철이 있다. 줄리아는 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레이철은 반대로 지루하다고 한다. 차이를 만들어 낸 원인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남’에 있다. 줄리아는 출장을 자주 간다. “저는 종종 집을 떠나고, 그래서 집을 무척이나 그리워합니다. 그러다 돌아오면 집이 늘 새롭게 느껴집니다.”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삶의 소소한 것들을 즐기는 기쁨’을 일깨워준 것이다.
반면 레이철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자기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멋진지 깨닫지 못한다.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편안한 집이 없는 삶을 경험하지 못한다. 늘 곁에 있다 보니 습관화에 빠져든 탓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천국 같은 곳에 있어도 익숙해지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이럴 때 탈습관화가 필요하다. 일부러 한동안 그것들을 멀리 해야 한다. 저자들은 줄리아처럼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집을 떠나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가지 못하더라도, 짬을 내서 일상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년의 위기가 찾아오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생활이 안정되지만 행복감은 오히려 낮다.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책은 나이를 떠나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경험을 사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모두 독서광이었다.
저자들은 탈습관화를 통해 창의력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육상 선수였던 딕 포스베리는 10대 시절, 자신이 낙오자라고 느꼈다. 고등학생 경기에 선수로 뛰려면 최소 5피트(약 1.5m)를 뛰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포스베리는 남들처럼 직선으로 뛰지 않고, J자 모양의 경로를 따라 뛰어갔다. 그리곤 배를 하늘로 향하는 자세로 넘었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하지만 승자는 포스베리였다. 그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요즘 높이뛰기 선수들은 다들 포스베리 플롭(배면뛰기)을 한다.
학자들이 실험했는데 창의적인 사람들은 습관화 속도가 느렸다. 반복적인 일을 금방 무덤덤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습관화와 탈습관화는 위험 관리와도 관련 있다. 1967년 9월 3일 일요일 새벽 4시 50분을 기점으로 스웨덴은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꿨다. 걱정이 컸다. 운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교통사고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반대로 교통사고가 대폭 줄었다.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고 다들 조심해서 운전했기 때문이었다. 우측통행이 정착하자 사고 건수는 다시 예전 수준으로 늘었다.
탈습관화, 말은 쉽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들은 이를 너무 쉽게 말한다. 다만 탈습관화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