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사진은 직접적 연관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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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이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 만큼 부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적 발표에 앞서 집계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밑돈 종목이 3분의 2 이상에 달했고, 추정치 하회 폭이 10%가 넘는 ‘어닝 쇼크’ 종목도 분석 대상의 절반이 넘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3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실적 전망치와 목표가를 대거 하향 조정한 가운데 일부 종목의 경우 목표가가 상향돼 투자자의 눈길을 끈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추정치로 컨센서스가 형성된 296개 종목 중 3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10월1일 집계 기준)를 10% 이상 밑돈 종목은 162개였다. 반대로 발표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은 45개에 그쳤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으로 분류했을 때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는 실적이 양호했지만, 대형주와 중소형주 모두 예상치를 웃돈 기업보다 밑돈 기업이 비중이 많았다”며 “특히 예상치를 웃돈 중소형주가 24%에 불과했는데,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가 포함된 정보기술(IT),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화학 및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포함된 소재가 한국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 부진을 주도했다. 반면 유가 하락으로 비용이 줄어드는 유틸리티, 금리 하락으로 조달비용이 낮아진 금융업종은 예상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다수 기업의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향후 전망도 어두워졌다. 10월1일 이후 205개 종목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됐다. 184개 종목은 목표주가 컨센서스도 낮아졌다.

실적 추정치를 바탕으로 계산되는 목표주가의 컨센서스가 하향된 종목이 적은 배경은 2차전지주들의 목표가 상향이 지목된다. 3분기 말부터 주가가 바닥을 찍고 상당폭 오르면서 목표가가 따라 올라간 영향이다. 다만 목표주가가 10% 이상 상향된 2차전지 관련 종목은 없었다.

목표가가 10% 이상 상향된 종목은 모두 27개였고, 레인보우로보틱스, 비에이치아이, 수산인더스트리는 새롭게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새롭게 컨센서스가 형성된 건 해당 종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목표가 컨센서스가 상향된 종목 중에서는 팬 소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디어유의 상향폭이 37.66%(3만3000원→4만5429원)로 가장 컸다. 디어유는 팬이 일정 이용료를 지불하면 아티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 '버블'을 운영하는 회사로 K팝 산업과 함께 급성장했다. 리딩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각각 5만6000원과 5만5000 원의 목표가를 제시해 컨센서스 상향을 주도했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국을 필두로 미국과 일본까지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반등에 따른 구조적 성장과 더해져 주가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산업(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도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각각 20%대로 상향됐다. 3분기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각각 51.43%와 28.04% 웃돌았다. 방산 관련 종목들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이 세계의 경찰관 역할을 그만두려는 상황이라 각국의 국방력 강화 기조가 계속되고, 이에 따라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한국산 무기 수요는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10% 이상 상향된 27개 중 제약·바이오 종목이 9개로 3분의 1을 차지했다. 가장 상향폭이 큰 종목인 에이비엘바이오는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향됐는데도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기존 4만3667원에서 5만3750원으로 높아졌다. 이 종목의 주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뇌혈관장벽(BBB막)을 통과해 뇌에 약물을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B에서 나온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이비엘바이오는 ABL301을 통한 그랩바디-B의 검증을 앞두고 있다”며 “다수의 4-1BB 기반 이중항체도 임상 결과를 공개해 경쟁력이 확인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외에도 레이저티닙의 미국 출시에 따른 성장이 기대되는 유한양행,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의 해외 판매를 확대해나가는 휴젤,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의 대형 수주 소식을 잇달아 전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목표주가가 크게 상향됐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