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인, 러-독일 가스관 노드스트림2 매입 추진? [원자재 포커스]

미국 금융인이 은밀하게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드스트림2 해저 천연가스 파이프 시설 매각 입찰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노르드스트림2 파이프라인은 2022년 9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로 인해 못쓰게 된 상태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금융인 스티븐 P. 린치가 노르드스트림2 매각 입찰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이에 참여하기 위해 정부에 허가를 신청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러시아 가즈프롬의 자회사였던 노르드스트림2 운영사는 일찌감치 파산한 상태다. 독일과 미국의 갈등, 러시아의 인허가 거부 등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었고,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후에 파산 신청을 하고 스위스 본사 직원 100여명을 해고했다.

린치는 지난 2월 자산 매입 허가를 신청했다. 당시엔 전쟁 중에 경매가 이뤄질 것을 얘상하고 미 규제기관과 의원들에게 "노르드스트림2를 미국이 소유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서 미국이 레버리지를 쥐게 될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염두에 두고 "미국이 유럽 가스 공급에 영향을 미칠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턴연가스 기업 가즈프롬은 서방의 제재를 받는 상태다. 향후 제재가 풀리고 서방과 관계가 개선되면 노르드스트림 운영사와 파괴된 자산, 인허가 등이 경매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폴란드 국경 몰나우 지역을 가로지르는 천연가스관에 연결된 가스 압축 시설 / 사진=EPA
독일-폴란드 국경 몰나우 지역을 가로지르는 천연가스관에 연결된 가스 압축 시설 / 사진=EPA
린치는 러시아 자산을 매수하는 데 성공했을 때 러시아 측과 협상해 험난한 사업과 정치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미국 투자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22년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 중인 러시아 스베르방크의 스위스 자회사 인수 허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그가 어느 쪽 편인지는 의문이라고 WSJ는 지적한다. 57세의 린치는 과거 20년 동안 모스크바에 살았고,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독재를 강화하며 많은 외국인이 떠난 후에도 그곳에 머물렀다. 린치와 그의 남편(동성애자인 것으로 추정), 자녀들은 2019년 사업상의 이유로 마이애미로 이주했다.

린치는 러시아에서 평화봉사단으로 2년을 보낸 후, 1998년 미국 펜실베이나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러시아가 금융 위기에 빠지자 린치는 부실 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몬테발레 파트너스를 설립해 사업을 벌였다. 에너지 업계를 좌지우지했으나 2000년대 초반 푸틴의 눈 밖에 나 공중분해 된 거대 석유기업 유코스의 자산 인수에도 참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