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전날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22일 유감의 뜻을 표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쌀값이 하락한 것을 두고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오히려 쌀 과잉 생산을 고착화하고 쌀값 하락을 일으키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입법 모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전날 국회 농해수위에서 당일 법안 소위원회에 이어 안건조정위원회까지 거치면서 자정 무렵 4건의 법률안을 충분한 논의 없이 단독 처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야당은 전날 밤 11시 50분께 국회 농해수위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농어업재해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재해보험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재해대책법 개정안) 등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농식품부는 전날 의결된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구조적인 쌀 공급 과잉을 고착화해 쌀값을 계속 하락시키고, 농가가 타작물 재배로 전환하는 것을 가로막는다”며 “벼 재배면적 감축 등 구조적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양곡법 개정안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면서, 양곡의 시장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양곡 가격안정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최저가격 보장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핵심인 만큼 ‘생산 쏠림→공급과잉→가격하락→정부 보전’의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높아져 농가 경영 부담과 소비자 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농식품부는 재해보험법 개정안도 “보험료율을 산정할 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해 할증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보험료는 재해 발생 위험도에 비례해 산정하는 것이 원칙인데, 법안이 개정될 경우 보험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보험사의 보험 운영이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두고 “재해 발생 시 재해 이전까지 투입된 생산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장하고, 실거래가 수준으로 지원기준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다른 분야의 지원 기준과 형평성이 맞지 않을뿐더러 도덕적 해이와 보험 가입 의욕 저하 등 부작용이 잇따를 것”이라고 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업인단체 59곳 중 40여곳이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부는 소모적 논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 9월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 방안’을 마련했다.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 방안은 수입 안정 보험의 전면 도입과 직불제 5조원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농식품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앞으로 남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소통할 수 있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