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율과 음주율이 20년 사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침을 굶는 학생이 늘고, 스트레스와 우울 등 정신지표는 악화하고 있어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술·담배 청소년 뚜렷한 감소세

청소년 '흡연·음주' 20년새 3분의 1로 '뚝'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22일 발표한 제20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흡연율(2024년 기준)은 3.6%(남학생 4.8%, 여학생 2.4%)로, 2005년 첫 조사 당시 11.8%(남 14.3%, 여 8.9%)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현재 흡연율’은 최근 30일 동안 하루 이상 흡연한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음주율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최근 30일 동안 한 잔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청소년 비율인 ‘현재 음주율’은 2005년 27.0%에서 올해 9.7%로 크게 떨어졌다.

청소년의 신체활동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신체활동을 한 청소년 비율은 처음 조사 문항에 포함된 2009년 10.9%에서 올해 17.3%로 증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20년 동안 흡연과 음주, 신체활동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음주와 흡연이 청소년 문화에서 더 이상 주류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소년들은 술과 담배에 중독됐다기보다는 또래 친구들을 사귀고 어울리기 위해 음주와 흡연을 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최근 들어 디지털 등으로 생활 반경이 바뀌면서 술 담배가 덜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김광기 이화여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음주를 강권하는 문화가 사라져 가면서 자기결정권이 강해졌고, 이것이 청소년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음주와 흡연 연령이 낮아지는 것은 우려할 사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민경 인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여중생의 흡연율이 높아지고 있고,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중복 사용과 제품 다양화를 고려하면 흡연율이 크게 줄어들진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우울증은 늘어

신체지표는 나아졌지만 정신건강 지표는 악화하는 추세다.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청소년 비율은 2005년 45.6%에서 2015년 35.4% 수준으로 줄었다가 올해(42.3%)는 증가했다. ‘우울감 경험률’도 2005년 29.9%에서 2015년 23.6%로 개선됐다가 올해 27.7%로 다시 늘었다. 우울감 경험률은 최근 12개월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소통과 관계의 부재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공동체적인 분위기가 사라지고, 친구들과도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부모세대와도 대화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속 깊은 얘기를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아침을 거르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등 식습관은 나빠졌다. 아침을 굶는 학생은 20년 사이 1.5배 늘었다. 올해 청소년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42.4%로 2005년( 27.1%)보다 15.3%포인트 늘었다. 하루 1회 이상 과일을 섭취하는 학생 비율은 18.6%에 불과했다.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28.9%로 조사가 시작된 2009년(12.1%)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청소년 정신건강과 식생활 측면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건강증진기본계획, 학생 맞춤형 마음 건강 통합지원방안 등 관련 정책 추진 시 세부 방안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