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번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로 한 가운데 '주 52시간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통과시킬지 여부를 두고 여야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야당은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을 빼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은 다음 소위원회 회의로 논의를 미뤄뒀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주장해 온 화이트칼라이그젬션 조항이 자칫 특별법에서 빠지면서 '앙꼬 없는 찐빵'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국회 산자위는 전일 산자소위를 열고 반도체 특별법 관련 7건의 안건을 논의했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이날 회의 후 "여야가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을 빼고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고 있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논의가 별도로 가능하고, 유연근로제나 탄력근로제 등 다른 대안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 여당 의원은 "52시간 예외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은 야당에서 주장한 것이고, 다음 소위에서 이를 포함해 논의해 보자고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전날 소위 회의 종료가 늦어지면서 여당에서는 고동진, 박형수 의원 두 명밖에 참여하지 않은 탓에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반도체특별법 발의 과정에 참여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기업 방해'를 하고 있다"며 이날 긴급 성명을 냈다. 박 의원은 성명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사업 방해 이어 기업 방해까지 하려 하느냐"며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을 우선 통과시킨 뒤 근로기준법으로 화이트칼라이그젬션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근로기준법을 심의하는 환노위는 노동계 출신이 상당수 포진해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친노동 성향이 강한 곳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민노총과 연대해 정권 퇴진 집회를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민노총과 논의하지 않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라며 "반도체특별법을 통해 화이트칼라이그젬션이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반도체산업은 분초를 다툰다고 할 정도로 초격차 기술개발 확보에 사활을 거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이라며 "민주당이 현재 입장을 고수한다면, 주 52시간에 묶인 한국 반도체 기업을 살리는 일마저 이재명 재판처럼 시간 끌기만 계속하다 국익을 저해할 것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여당내에서는 52시간 유예 조항을 두고서는 여전히 엇갈린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특별법의 이른 통과를 위해 야당 반대가 심한 조항을 삭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특별법에서 논의하는 것이 통과가 수월할 것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여야는 다음 산자위 소위에서 '52시간 면제' 조항을 삭제할 지 여부를 두고 재차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정소람/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