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가] 조국이 겪는 아픔을 꾸밈없이 담아낸 기록가, 임응식
사진가 임응식(사진)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 태어났다. 1930년대 중반 만주에서 카메라를 잡고 2001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오직 사진에만 매달렸다. 6·25전쟁 당시엔 종군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생활주의 리얼리즘’이라고 부르는 사진들로 조국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꾸밈없이 담아냈다. 2001년 작고 후 손자가 유품을 정리하며 발견한 작품이 무려 8만 장이 넘었을 정도로 그의 70년 사진첩은 방대하다.

그는 일본에서 폭격으로 카메라를 잃었을 때도 작품을 남기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 물감과 캔버스 대신 현상액과 인화지를 사용해 추상화를 그렸다. 독창적인 추상화 작품들에는 자신의 성 ‘임’에서 딴 ‘림스그램’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모두 조국 해방을 겪은 뒤 강렬한 감정을 담아낸 작업이다.

1953년 6·25전쟁이 끝나자 그는 부산에서 사진 전시를 시작했다. 전쟁통에 고군분투하는 민족의 모습을 주로 선보였다. 부서진 건물, 황량한 거리,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피란민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 세계 언론에 주목받았다.

서울 원서동 예화랑의 새 공간에서 임응식의 사진 아카이브 전시 ‘아르스 포토그라피카’가 열리고 있다. 임응식의 렌즈를 통해 일제강점기, 해방과 6·25전쟁, 그리고 전후(戰後) 회복기를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