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근로시간 규제 면제) 조항을 넣지 않기로 여야가 가닥을 잡아간다는 소식이다. 경쟁국이 모두 허용하는 최소한의 유연 근로마저 봉쇄하고 국가대표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허탈한 진행이다.

연구개발(R&D) 인력에게 주 52시간제를 탄력 적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빠진 반도체특별법은 앙꼬 없는 찐빵 격이다. 주 52시간 예외를 고집하면 입법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야당 협박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과 일본은 오래전부터 관련 조항을 적용 중이고, 대만은 주 7일, 하루 24시간, 3교대로 R&D팀을 돌린다.

근로기준법에 보편적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넣는 논의 개시에 합의했다는 게 여당 해명이지만 미덥지 못하다. 근로기준법은 노동 편향이 큰 환노위 소관인 데다 그간 야당 행태로 볼 때 순순히 들어줄 리 없다. 우여곡절 끝에 근로기준법 개정에 성공하더라도 언제일지 기약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특별연장근로제도가 있지 않냐’는 야당의 뻔한 주장에 여당의 대응 논리는 부재였다. 실패 후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무기력한 모습의 무한반복이다. 경총을 방문해 “기업을 파격적으로 응원하겠다”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어제도 한 특강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를 새 성장동력으로 언급했다. 야당 못지않은 허언 정당을 자처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