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정부가 677조원 규모로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이번주부터 조정소위원회에서 증·감액 심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제시한 와중에 여야 협상 과정에서 약자 복지와 소상공인 지원 등 서민·중산층 지원 예산이 당초 정부 예산안 대비 증액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17개 상임위원회 중 소관 부처 예산안을 전체 또는 일부 의결한 11곳의 예비 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증액·감액 의견을 종합한 순증액 규모는 13조2000억원에 달한다. 순증액 기준으로 보면 보건복지위가 2조97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여야는 정부안 대비 1조6379억원을 증액해 총 12조2590억원을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투입하기로 했다. 보험료가 예상 수입의 12.2% 수준으로 정부안에 편성돼 있었던 것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예상 수입의 14.4%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질병관리청 소관 코로나19 예방 접종비도 전액 국비 편성을 위해 3229억원 증액했다. 행정안전위에선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 2조원이 신규 반영됐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화두로 제시한 생계급여 인상과 소상공인 금융 지원 등은 정부 원안 규모대로 통과됐다.

헌법 제57조는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재부는 677조4000억원인 예산 총지출 규모를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당초 전망치보다 낮은 3.2%로 제시한 것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9%로 낮추기 위해서였다. 다만 대통령실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황에서 당장 내년도 일부 비목의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 예산의 일부 항목이 증액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지만, 내수 침체를 감안하면 증액 편성도 가능하다는 것이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이 일부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우면 정부와 여당도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당이 검찰과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및 정부 예비비를 대폭 삭감한 상황에서 여당이 지역화폐 예산 일부 증액에 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