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수출·고용마저 주춤…내년 추경 가능성 열어둔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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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추경 포함한 적극재정 배제 안해"
尹 "양극화 타개로 경제 활력"
내수 부진에 재정기조 변화 촉각
尹 "양극화 타개로 경제 활력"
내수 부진에 재정기조 변화 촉각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 ‘건전재정’ 기조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곳에는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그동안 금기처럼 여겨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도 열어놨다. 내수 부진의 골이 생각보다 깊고 양극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열린 ‘제56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임기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가 국가 발전에 동참하도록 할 것”이라며 “민생과 경제의 활력을 반드시 되살려 새로운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추경 편성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내년 초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연초에는 이미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내년 3~4월 이후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재정을 활용하기로 한 것은 건전재정 기조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판단해서다.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수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침체 장기화 속 '건전재정→적극재정' 기조전환 조짐
재정 정책 기조에 관한 정부 뉘앙스가 바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전반기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및 부채 비율을 관리하는 ‘건전 재정’에 방점이 찍혔지만, 임기 후반기에는 ‘적극 재정’을 통해 경기를 살리고 양극화 해소에 더 힘을 쏟겠다는 분위기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도 열어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으나 내년 초로 시기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냈다. ‘정부가 내년 초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무근임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추경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주목받았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년 초 추경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양극화 해소 등 필요한 부분에 재정을 적극적으로 쓰겠다는 방침은 정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인사들은 “건전 재정 원칙을 지켜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욱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목표로 제시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결국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어서다. 여권 관계자는 “구조개혁 등을 통한 양극화 해소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야당처럼 전 국민에게 현금을 투입하는 등의 방식을 지양하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향적인 정책을 쓰려면 적극 재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내에서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0%를 지키겠다는 원칙을 필요에 따라 재고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정부안을 편성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9%로 맞췄다. 하지만 연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 규모가 더 늘어나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또 2026년도 예산안을 짤 때 총지출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재정 기조 전환을 검토하는 것은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기 대비 기준으로 올해 3분기(-0.5%)까지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올 2분기 -1.7%에서 3분기 -2.8%로 감소폭이 커졌다. 지난달 국내 신용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월(0%) 후 15개월 만의 최소 증가율이다. 임금 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고용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수출도 주춤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수출(-0.4%·전기 대비)은 1년9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올 3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은 예상치(0.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주요 기관의 시선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20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렸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에서 2.0%로 낮췄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장기화한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건전 재정 원칙에서 얼마나 이탈할 것인지가 변수다. 당장 국민의힘과 정부는 21일 재정준칙 도입을 촉구하기 위한 긴급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당정이 재정준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 다음 날 대통령실에서 추경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나온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준칙 도입과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가 상충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재정준칙 범위에서 다른 분야 예산을 구조조정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재정준칙을 도입한다고 해서 써야 할 돈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내년 초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연초에는 이미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내년 3~4월 이후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재정을 활용하기로 한 것은 건전재정 기조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판단해서다.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수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침체 장기화 속 '건전재정→적극재정' 기조전환 조짐
소매판매 세 분기째 마이너스…건설투자도 감소율 점점 확대
재정 정책 기조에 관한 정부 뉘앙스가 바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전반기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및 부채 비율을 관리하는 ‘건전 재정’에 방점이 찍혔지만, 임기 후반기에는 ‘적극 재정’을 통해 경기를 살리고 양극화 해소에 더 힘을 쏟겠다는 분위기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도 열어놨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으나 내년 초로 시기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냈다. ‘정부가 내년 초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무근임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추경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주목받았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년 초 추경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양극화 해소 등 필요한 부분에 재정을 적극적으로 쓰겠다는 방침은 정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인사들은 “건전 재정 원칙을 지켜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욱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목표로 제시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결국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어서다. 여권 관계자는 “구조개혁 등을 통한 양극화 해소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야당처럼 전 국민에게 현금을 투입하는 등의 방식을 지양하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향적인 정책을 쓰려면 적극 재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내에서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0%를 지키겠다는 원칙을 필요에 따라 재고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정부안을 편성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9%로 맞췄다. 하지만 연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 규모가 더 늘어나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또 2026년도 예산안을 짤 때 총지출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재정 기조 전환을 검토하는 것은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기 대비 기준으로 올해 3분기(-0.5%)까지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올 2분기 -1.7%에서 3분기 -2.8%로 감소폭이 커졌다. 지난달 국내 신용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월(0%) 후 15개월 만의 최소 증가율이다. 임금 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고용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수출도 주춤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수출(-0.4%·전기 대비)은 1년9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올 3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은 예상치(0.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주요 기관의 시선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20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렸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에서 2.0%로 낮췄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장기화한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건전 재정 원칙에서 얼마나 이탈할 것인지가 변수다. 당장 국민의힘과 정부는 21일 재정준칙 도입을 촉구하기 위한 긴급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당정이 재정준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 다음 날 대통령실에서 추경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나온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준칙 도입과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가 상충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재정준칙 범위에서 다른 분야 예산을 구조조정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재정준칙을 도입한다고 해서 써야 할 돈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