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휩쓰는 BYD 전기차 [이성득의 ASEAN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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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무엇인가에 눈길이 갈 때가 있다. 통상 사람이나 집이 그렇고 차가 그렇다. 특히, 차를 바꿔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자주 눈에 띄는 차가 생겨 자꾸 보게 되고 결국 그 차를 사게 된 경험도 있다. 요즘은 부쩍 BYD가 자주 보이고 눈길이 간다. 주변 한국분들에게 BYD 이야기를 했더니 "BYC?"라고 되묻는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전통에 빛나는 속옷 브랜드 'BYC'가 아니다. 요즘 동남아 시장을 질주하는 중국 전기차들, 그중에서도 ASEAN 10개국 모두에 진출해 전기차 시장 1위를 휩쓸고 있는 중국 전기차 비야디(BYD) 이야기다.
한국인들은 현대, 기아 전기차가 미국과 유럽에서 잘 나가니 동남아 ASEAN 시장에서도 위상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는 BYD, Wuling 등 중국 전기차들에 밀린다. 인도네시아에서도 BYD 태국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 판매가 시작됐고, 2026년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까지 준공되면 중국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 1위는 시간 문제라고 본다. ASEAN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들이 질주하게 된 것은, 동남아 전통 자동차 강자인 일본 차 제조사들이 하이브리드 차에 집중했고, 중국 전기차에 대한 평가가 박한 서구보다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인구가 넘치는 동남아와 중국 전기차의 궁합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전기차들이 무조건 싼 가격으로만 승부를 본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태국 방콕 등 대도시를 다녀보면 처음 보지만 날렵하고 매끈한 디자인이 포르쉐를 빼다 박은 BYD 전기차들을 숱하게 보게 된다. 차가 예쁘니 지나가는 차도 다시 보게 되고 주차한 차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외관상으로는 테슬라,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해 유럽 브랜드 전기차들에 뒤지지 않고 가격까지 훌륭하다. 한국 전기차로는 유일하게 인도네시아 시장 1위를 달리는 현대차 아이오닉5의 가격은 최저 6,900만원인데 비해, BYD는 Seal(최저 5,600만원), Atto3(최저 4,200만원), M6(최저 3,400만원), Dolphin(최저 3,300만원) 등 네 가지 모델이 포진해 있다. 이중 해치백 스타일의 현대차 아이오닉5와 비슷한 BYD Atto3, M6를 비교해 보면, 현대 아이오닉5가 BYD 차들에 비해 1.5배~2배 비싸지만 최대 출력은 비슷했고, standard range 주행거리 기준으로 384km를 가는 아이오닉5가 400km 이상을 달리는 BYD 모델들에 뒤떨어진다. 이러한 비교는 한국 돈으로 1억이 넘는 현대 EV 세단인 아이오닉6와 BYD 세단 Seal을 비교해도 같은 상황이며, 인도네시아 시장 1위 수성과 타 동남아 국가 진출을 위해 현대에서 저가형으로 KONA 전기차를 출시했지만 이마저도 4,000만원대 중반이다. 동남아에 거주하는 한국, 일본 사람들 정도만 중국 전기차 로고가 신경 쓰일 뿐, 전기차를 타고 싶어 하는 동남아 고객들에게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는 좋은 선택 옵션이라 앞으로 중국 전기차들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동남아 전기차 시장도 중국이 접수하는 것일까? 동남아에서 한국 전기차의 활로는 역설적으로 일본 차들의 동남아 성공 스토리를 벤치마킹하면 알 수 있다. 일본 차들 역시 1990년, 2000년대 당시 후발주자였던 한국의 현대, 기아차를, 2010년 대 이후에는 중국차를 따돌리고 수십년간 동남아 시장을 석권했다. 애초에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다면, 프리미엄 모델에 집중하면서 차별적인 외관과 편리한 내부 UI를 가진 다양한 모델들을 출시하고, 동남아 고객들이 특히 중요시하는 애프터 서비스를 강화해야 중국 전기차와 경쟁이 될 것이다. 특단의 대책과 변화가 없다면, 현대, 기아 전기차의 동남아 시장 선점은 백일몽이 될 수 있다.
BYD는 내년 초 한국 시장에도 승용차를 출시한다. 중국산 저가 생활용품과는 달리, 승용차 같은 고가 제품은 중국 제품에 대한 불신을 가진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동남아 소비자들의 선택만을 놓고 볼 때, BYD는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것이 아닐까? 그만큼 BYD 차들은 매력적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이성득 인도네시아 UNAS경영대학원 초빙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한국인들은 현대, 기아 전기차가 미국과 유럽에서 잘 나가니 동남아 ASEAN 시장에서도 위상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는 BYD, Wuling 등 중국 전기차들에 밀린다. 인도네시아에서도 BYD 태국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 판매가 시작됐고, 2026년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까지 준공되면 중국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 1위는 시간 문제라고 본다. ASEAN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들이 질주하게 된 것은, 동남아 전통 자동차 강자인 일본 차 제조사들이 하이브리드 차에 집중했고, 중국 전기차에 대한 평가가 박한 서구보다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인구가 넘치는 동남아와 중국 전기차의 궁합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전기차들이 무조건 싼 가격으로만 승부를 본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태국 방콕 등 대도시를 다녀보면 처음 보지만 날렵하고 매끈한 디자인이 포르쉐를 빼다 박은 BYD 전기차들을 숱하게 보게 된다. 차가 예쁘니 지나가는 차도 다시 보게 되고 주차한 차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외관상으로는 테슬라,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해 유럽 브랜드 전기차들에 뒤지지 않고 가격까지 훌륭하다. 한국 전기차로는 유일하게 인도네시아 시장 1위를 달리는 현대차 아이오닉5의 가격은 최저 6,900만원인데 비해, BYD는 Seal(최저 5,600만원), Atto3(최저 4,200만원), M6(최저 3,400만원), Dolphin(최저 3,300만원) 등 네 가지 모델이 포진해 있다. 이중 해치백 스타일의 현대차 아이오닉5와 비슷한 BYD Atto3, M6를 비교해 보면, 현대 아이오닉5가 BYD 차들에 비해 1.5배~2배 비싸지만 최대 출력은 비슷했고, standard range 주행거리 기준으로 384km를 가는 아이오닉5가 400km 이상을 달리는 BYD 모델들에 뒤떨어진다. 이러한 비교는 한국 돈으로 1억이 넘는 현대 EV 세단인 아이오닉6와 BYD 세단 Seal을 비교해도 같은 상황이며, 인도네시아 시장 1위 수성과 타 동남아 국가 진출을 위해 현대에서 저가형으로 KONA 전기차를 출시했지만 이마저도 4,000만원대 중반이다. 동남아에 거주하는 한국, 일본 사람들 정도만 중국 전기차 로고가 신경 쓰일 뿐, 전기차를 타고 싶어 하는 동남아 고객들에게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는 좋은 선택 옵션이라 앞으로 중국 전기차들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동남아 전기차 시장도 중국이 접수하는 것일까? 동남아에서 한국 전기차의 활로는 역설적으로 일본 차들의 동남아 성공 스토리를 벤치마킹하면 알 수 있다. 일본 차들 역시 1990년, 2000년대 당시 후발주자였던 한국의 현대, 기아차를, 2010년 대 이후에는 중국차를 따돌리고 수십년간 동남아 시장을 석권했다. 애초에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다면, 프리미엄 모델에 집중하면서 차별적인 외관과 편리한 내부 UI를 가진 다양한 모델들을 출시하고, 동남아 고객들이 특히 중요시하는 애프터 서비스를 강화해야 중국 전기차와 경쟁이 될 것이다. 특단의 대책과 변화가 없다면, 현대, 기아 전기차의 동남아 시장 선점은 백일몽이 될 수 있다.
BYD는 내년 초 한국 시장에도 승용차를 출시한다. 중국산 저가 생활용품과는 달리, 승용차 같은 고가 제품은 중국 제품에 대한 불신을 가진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동남아 소비자들의 선택만을 놓고 볼 때, BYD는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것이 아닐까? 그만큼 BYD 차들은 매력적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이성득 인도네시아 UNAS경영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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