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홍콩과기대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홍콩과기대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3일 "현재 삼성전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8·12단 제품을 현재 테스트 중"이라며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황 CEO는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블룸버그TV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황 CEO는 "삼성전자로부터 HBM3E 8단과 12단 모두 납품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실적 설명회에서 "현재 HBM3E의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HBM3E 8단부터 엔비디아 납품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황 CEO의 언급으로 삼성전자의 HBM3E 납품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의 메가 트렌드인 'AI 칩'에 올라타기 위해선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해야 한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납품 가격 협상력과 수급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더라고 물량은 경쟁사 대비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3E 8단 양산을 시작했고 지난달엔 12단 생산도 본격화했다.경쟁사가 대부분의 물량을 선점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할 수 있는 몫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황 CEO도 최근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의 주요 협력사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TSMC, ASM, AMKOR 등을 직접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지만지만 삼성전자는 거론하지 않았다.

황 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수출 규제를 강화해도 기술 분야의 글로벌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학과 과학의 글로벌 협력은 오랜 세월 사회와 과학 발전의 토대가 돼왔다"며 "미국 새 행정부의 법과 정책을 준수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전 세계 고객을 지원하는 균형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의 발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첨단 기술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로 중국 시장에 최신 AI 칩을 판매하지 못하고, 성능을 낮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