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RE100 이행 수단 'PPA', 회계처리 대비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구입해 사용하는 전력구매계약(PPA)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재생전력 100%(RE100)’ 달성을 선언한 기업 중심으로 PPA 체결 사례가 늘고 있다. 미래 전기요금 변동에 상관없이 고정된 가격으로 전기를 조달할 수 있어서다. 당분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돼 PPA 수요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런데 PPA 확대와 더불어 관련 회계처리 이슈도 불거지고 있어 기업의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재생전력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모두를 구매하는 PPA는 ‘일반적인 구매계약’으로 봐도 되는지, 아니면 15~20년에 걸쳐 자체 사용할 목적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건 발전소를 ‘임대(리스)’하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봐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가상 PPA’, 즉 재생전력 없이 실제로는 REC만 장기 구매하는 유형의 계약에선 이슈가 더 복잡해진다. 계약당사자 간 실제로 오가는 것은 (가공의 전력 물량에 대한) 현물 전력가격과 약정가격 간 차액에 해당하는 현금이다 보니 비금융 항목 거래임에도 ‘금융상품’으로 해석해야 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어떤 회계처리 방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PPA를 리스로 간주하면 20년치 전력 구매 비용을 한꺼번에 부채로 잡아야 한다. 가상 PPA를 금융상품으로 본다면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해 당기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계약 유형에 상관없이 기업 입장에선 사용 목적과 경제적 실체가 비슷한데도 서로 다르게 회계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은 덤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도 PPA 회계 처리 관련 이슈를 인지하고 지난 5월 금융상품 관련 국제회계기준(IFRS) 개정 공개 초안을 발표하며 재생전력 계약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IASB가 공개 초안의 내용(자가 사용 목적의 자연 의존적 전력에 대한 매입·매도 계약에는 금융상품 회계기준 미적용 등)을 좀 더 명확화해 연내 최종안을 발표하면, 이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도 개정된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회계기준원은 회계법인, 발전사업자, 전력구매기업 등 주요 이해관계자로부터 국내 PPA 회계 처리 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수렴 중이다.

IFRS는 원칙 중심 회계기준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회계 처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세세한 규정까지 제시하지는 않는다. 국내는 PPA 도입 초기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전기사용자의 전력 판매가 불가능하고 PPA 체결 시 중개인(공급사업자)을 둬야 하는 국내 법규제 상황을 고려하면 개정안이 나와도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기까지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 불필요한 회계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감독당국과 기준제정 기구, 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