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자식에게 월 300만원씩 줘라"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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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열린 사망보험금 신탁
정부, 시행령 바꿔 신탁 허용
고령화 심화에 개정
신탁재산에 포함시켜
길 열린 사망보험금 신탁
정부, 시행령 바꿔 신탁 허용
고령화 심화에 개정
신탁재산에 포함시켜
사망보험금을 두고 불안감을 느끼는 중장년이 많다. 세상을 떠난 뒤 보험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직접 관리할 수 없어서다. 어린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이라면 걱정이 더 크다. 연락을 끊고 살던 친족이 보험금을 달라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관념이 부족한 자녀가 보험금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이처럼 불안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대안이 나왔다. 정부가 사망보험금 청구권을 신탁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다. 이제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 미리 맡기고 언제, 어떤 요건으로, 누구에게 돈이 전달될지 세부적으로 정할 수 있다. 최근 금융회사들도 관련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만큼 신탁 계약을 고려해보는 게 좋다.
사망보험금은 죽은 뒤에야 나오기 때문에 이 같은 신탁제도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선 은행, 보험사가 고객과 사망보험금 신탁 계약을 맺지 못했다. 법에 보험금청구권 신탁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고령화가 심화하고, 축적된 가계 자산이 많아지면서 규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 신탁재산에 사망보험금을 포함했다.
이제 가입자들은 자신의 사망보험금이 원하는 구조로 관리되도록 금융회사에 미리 세부적으로 지시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보험 계약자가 사망하면 보험사가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계약이 종료됐지만, 앞으로는 보험금이 자녀 등 수익자에게 어떤 시점에 어느 정도 지급될지 미리 설정할 수 있다. 특정 자녀나 배우자를 위해 남겨둔 보험금이 연락을 끊고 살던 다른 가족에게 무분별하게 상속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입자들은 세세한 조건을 달아 금융회사들과 신탁 계약을 맺고 있다. 재산 관리 경험이 부족한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 등이 보험금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일시금이 아니라 분할로 지급되도록 규정한 사례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자영업자 최모씨(66)는 자신의 사망보험금 3억원이 손자녀 3명의 대학 학비로 사용되길 원해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맺었다. 손자녀 3명이 성인이 되는 시점에 1억원씩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또 이모씨(57)는 사망보험금 6억6000만원이 22세 지적장애 자녀를 위해서만 사용되길 원해 신탁에 가입했다. 구조를 세세하게 설계했다. 사망보험금 수령일에 일단 5000만원을 일시적으로 자녀에게 주고, 그다음부터는 10년간 월 300만원, 그 뒤로는 매월 250만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3억원 미만의 사망보험금 가입자도 많았다는 게 삼성생명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보험금청구권 신탁 출시 후 5일간 3억원 미만 사망보험금 가입자는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녀의 대학 졸업, 결혼 등 유가족의 의미 있는 시점에 고인을 기억할 수 있는 용도로 지급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신탁이 가능한 보험 구조는 보험 계약자,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인인 경우로 한정된다. 신탁 수익자도 직계존비속(부모, 조부모, 친자녀, 손자녀 등)과 배우자만 가능하다. 아울러 신탁 계약 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없어야 한다. 대출이 있으면 신탁하는 보험금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에서 신탁 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회사들은 즉각 고객 잡기에 나섰다. 보험금 규모가 상당한 만큼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개 생명보험사의 사망 담보 보험금 규모 합계는 지난 6월 말 기준 883조원에 달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이처럼 불안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대안이 나왔다. 정부가 사망보험금 청구권을 신탁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다. 이제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 미리 맡기고 언제, 어떤 요건으로, 누구에게 돈이 전달될지 세부적으로 정할 수 있다. 최근 금융회사들도 관련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만큼 신탁 계약을 고려해보는 게 좋다.
사후 보험금도 관리 가능
신탁이란 일정한 목적에 따라 재산 관리와 처분을 남에게 맡기는 금융제도다. 계약은 재산을 맡기는 위탁자와 관리하는 수탁자, 이익을 전달받는 수익자로 구성된다. 이 같은 신탁을 두고 금융권에선 ‘재산 통제권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평가한다. 건강하게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거나 의식이 온전치 않을 때도 재산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사망보험금은 죽은 뒤에야 나오기 때문에 이 같은 신탁제도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선 은행, 보험사가 고객과 사망보험금 신탁 계약을 맺지 못했다. 법에 보험금청구권 신탁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고령화가 심화하고, 축적된 가계 자산이 많아지면서 규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 신탁재산에 사망보험금을 포함했다.
이제 가입자들은 자신의 사망보험금이 원하는 구조로 관리되도록 금융회사에 미리 세부적으로 지시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보험 계약자가 사망하면 보험사가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계약이 종료됐지만, 앞으로는 보험금이 자녀 등 수익자에게 어떤 시점에 어느 정도 지급될지 미리 설정할 수 있다. 특정 자녀나 배우자를 위해 남겨둔 보험금이 연락을 끊고 살던 다른 가족에게 무분별하게 상속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입자들은 세세한 조건을 달아 금융회사들과 신탁 계약을 맺고 있다. 재산 관리 경험이 부족한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 등이 보험금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일시금이 아니라 분할로 지급되도록 규정한 사례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자영업자 최모씨(66)는 자신의 사망보험금 3억원이 손자녀 3명의 대학 학비로 사용되길 원해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맺었다. 손자녀 3명이 성인이 되는 시점에 1억원씩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또 이모씨(57)는 사망보험금 6억6000만원이 22세 지적장애 자녀를 위해서만 사용되길 원해 신탁에 가입했다. 구조를 세세하게 설계했다. 사망보험금 수령일에 일단 5000만원을 일시적으로 자녀에게 주고, 그다음부터는 10년간 월 300만원, 그 뒤로는 매월 250만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3억원 미만의 사망보험금 가입자도 많았다는 게 삼성생명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보험금청구권 신탁 출시 후 5일간 3억원 미만 사망보험금 가입자는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녀의 대학 졸업, 결혼 등 유가족의 의미 있는 시점에 고인을 기억할 수 있는 용도로 지급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수익자는 직계가족·배우자여야
사망보험금 신탁에는 제한 요건도 있다. 보장 대상이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 보장에 한정된다. 아울러 재해·질병사망 등 특약사항으로 획득한 보험금청구권은 신탁할 수 없다.신탁이 가능한 보험 구조는 보험 계약자,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인인 경우로 한정된다. 신탁 수익자도 직계존비속(부모, 조부모, 친자녀, 손자녀 등)과 배우자만 가능하다. 아울러 신탁 계약 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없어야 한다. 대출이 있으면 신탁하는 보험금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에서 신탁 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회사들은 즉각 고객 잡기에 나섰다. 보험금 규모가 상당한 만큼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개 생명보험사의 사망 담보 보험금 규모 합계는 지난 6월 말 기준 883조원에 달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