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회로 삼아야 할 트럼프 재선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정치, 경제, 안보, 사회에 지대한 변화가 예고돼 우리 정부로서도 시의적절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미·중 패권전쟁이 기술과 자원, 통상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시 위대한 미국’(MAGA)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밑그림이 될 ‘아젠다 47’을 살펴보면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공존한다. 무역적자 감축을 위한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 감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지원 정책 축소에 따른 관련 산업 타격,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 부정적 요소도 잘 관리해야 하나 미국의 제조업 재도약, 에너지 정책 전환 등 긍정적 요소를 면밀히 검토해 한국 경제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시기에 우리 제조업의 획기적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근간이자 미래다. 제조업을 중후장대의 전통 제조업으로 오해하는 국민 인식을 불식하고 반도체, 자동차, 로봇, 정보통신기술(ICT), 배터리, 바이오, 항공, 우주 등 첨단 산업이 모두 제조업이라는 공감대가 시급하다. 경제의 근간인 수출의 90% 이상을 제조업이 담당하고 10대 수출 품목 모두 제조업일 만큼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은 절대적이다. 제조업 비중을 낮추고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무시한 위험한 발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며 제조업 강국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협력하며 양국 제조업의 동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 첫 전화 통화에서 한국 조선산업의 협력을 요청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국의 해군력 증강 및 보수에 우리 조선산업 역량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제조업 강국 정책에 반도체, 배터리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중심으로 한 우리 제조업의 강점 분야를 접목하면 획기적 동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미국의 중국 견제로 한국 첨단 제조업이 반사이익을 얻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중 패권전쟁의 불씨가 된 ‘중국제조 2025’ 전략은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에도 절대적 위협이었음을 감안할 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중국 견제 정책은 우리 제조업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를 미국과 중국에 모두 통할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만드는 연구개발(R&D) 확대 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예고된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도 우리 제조업의 당면 과제인 탄소중립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 탄소배출의 37%가 발전, 36%가 제조 분야에서 나온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발전 및 제조 분야가 관건이다. 탄소중립이 어려우면 수출이 어려워진다.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탄소중립에 달린 것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RE100이 강화되면 우리 제조업은 대처가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 중심에서 탈피해 원전, 화석연료를 확대하겠다는 트럼프 2기 정책이 반가운 이유다. 미국과 공조해 원전을 무탄소 에너지에 포함하는 CF100 등 에너지 정책 대전환으로 우리 제조업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