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자사 로봇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자사 로봇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4일 서울 성수동 뉴로메카 본사에는 각 층마다 협동로봇 팔이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1층 무인카페 코코플래닛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협동로봇 인디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30초 안에 뚝딱 만들어냈다. 5층 실험실에서는 로봇 옵티가 360도 회전을 하면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옵티는 용접에 특화된 협동로봇으로 뉴로메카가 지난 6월 HD현대삼호에 12대를 공급했다. 옵티는 선박용 크레인을 통해 각 선박을 넘나들고 좁은 공간까지 파고들며 용접한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는 “일본 히타치 산업용 로봇 보다 1분 이상 빠르면서도 전 구간 용접이 가능하다”며 “용접 품질이 정말 예쁘게 나오다보니 이번달에 추가 수주까지 따냈다”고 웃어보였다.

부품 국산화로 원가 경쟁력 갖춰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인 뉴로메카는 국내 대표적인 협동로봇 제조사다. 협동로봇이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이다. 치킨집 소상공인부터 공장 제조현장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하고 있다. 로봇 산업은 크게 플랫폼, 솔루션, 서비스, 부품 등 4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박 대표는 “이 모든 영역을 다 제공할 수 있는 게 뉴로메카의 최고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협동로봇 핵심 부품인 액츄에이터(로봇 관절 구동장치)를 직접 만들고, 이를 토대로 로봇팔을 포항 공장에서 제조한다. 특히 수입에 의존했던 감속기와 브레이크까지 국산화에 성공해 100% 부품 국산화한 로봇 ‘인디7’을 개발했다. 그 덕분에 로봇 생산비용이 기존보다 30% 줄어드는 등 원가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자사 로봇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자사 로봇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뉴로메카의 경쟁력은 기계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각 산업에 특화된 솔루션을 로봇에 적용하고 판매한 뒤 사후관리 등 각종 서비스까지 전담한다. 그 덕분에 지난달 30일 포스코에서 100억원 투자를 받는 성과도 발표했다. 박 대표는 “포스코 생산 현장 DX가 아직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포스코와 손을 잡고 철강 DX를 제대로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교촌치킨 손 잡고 美LA에 치킨 로봇

솔루션에 자신감을 보이는 만큼 푸드테크 분야에서는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와 함께 연구개발(R&D)해 내놓은 치킨 로봇은 올해에만 국내 가맹점 21곳에 공급했다. 내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매장에 설치한다.

카지노 디지털전환(DX)도 나섰다. 뉴로메카는 강원랜드에 카운트룸 자동화 로봇시스템을 구축했다. 현금상자 운반 자율주행 로봇 등 사람이 단순 반복적으로 해오던 일을 뉴로메카 로봇이 대체한다. 현금상자 수거 카트 무게는 평균 200~250㎏에 달해 평소 직원들이 3인 1조로 운반해야 했다. 박 대표는 “강원랜드에서 성공하면 국내 다른 카지노뿐 아니라 미국 라스베이거스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자사 로봇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자사 로봇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박 대표는 대기업에 용접 로봇을 공급한 만큼 국내 중견·중소기업, 특히 뿌리산업 인력난 해결책이 결국 로봇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로봇으로 대체가 안 되는 영역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 제조 현장 생산성을 높이려면 로봇 도입 등 DX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텍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자신의 박사 논문을 사업화하기 위해 2013년 뉴로메카를 창업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사상 최대인 1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배 성장했다. 전체 매출의 30% 이상 R&D에 투자하는 로봇 산업 특성상 아직은 적자이지만 박 대표는 “내년에 흑자 전환, 내후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해 로보틱스 전문 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