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5개 부처 장관을 지명(현지시간 22일 기준)하면서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고 있다. 속전속결로 인선 발표가 잇따르는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를 구성할 주요 세력의 갈등 구도와 성향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내각 '충성파·코인파·월가' 혈투
인수위원회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파’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도 머스크를 중심으로 모여 있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그의 강력한 후원자인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암호화폐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의 트럼프 지지 세력과 연결돼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트럼프 캠프에 본격 합류한 이들은 러트닉을 재무장관 후보로 공개적으로 밀었지만, 월가와 트럼프 충성파의 반발에 밀려 재무장관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머스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지만 인수위의 근간을 이루는 세력은 트럼프 1기 때부터 그를 보좌해 온 ‘충성파’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하는 인물이다. 톰 호먼 국경 차르 내정자,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내정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다. 조 바이든 정부 4년 동안 ‘트럼프 2기’를 준비하면서 칼을 갈아 온 이들은 실제 내각에도 가장 많이 진출했다. 트럼프 관점에서는 뿌리와 같은 세력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를 중심으로 한 ‘월스트리트파’도 있다. 월가의 억만장자 후원자가 모인 세력이다.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들과 트럼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파와 충성파 사이에는 보호무역 수위에 대한 시각차가 있다. 월스트리트파는 관세를 상대로부터 좋은 것을 얻기 위해 내려놓을 수 있는 협상 카드로 여기는 반면, 충성파는 관세가 근본적인 무역적자 개선의 수단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암호화폐파와 월스트리트파도 서로를 견제하며 으르렁거리는 중이다. 러트닉은 원래 월가의 인물이지만, 현재는 암호화폐파를 대변한다. 관세 및 각종 정책에서 협력해야 하는 재무부(베센트)와 상무부(러트닉) 수장들이 이미 ‘냉전’ 수준의 갈등 관계라는 점은 향후 트럼프 정부 내 분열을 예고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 세력은 모두 관세와 같은 보호무역주의 조치, 규제 완화 및 세율 인하, 정부 개혁, 화석연료 개발, 암호화폐산업 증진 등을 지지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는 조금씩 다르다. 기존 충성파는 보호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의제를 가장 중시하는 반면 머스크를 필두로 한 암호화폐파는 기득권의 해체와 정부 효율성 강화 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월스트리트파는 규제 완화와 세율 인하, 공공부문 민영화와 같은 전통적인 보수 의제를 좀 더 강조하는 편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