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 사령관' 베센트…"IRA는 전면 개혁, 관세는 차등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창업자(62·사진)를 차기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했다.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성명에서 “오랫동안 미국 우선주의의 강력한 지지자인 베센트가 미국이 다시 황금시대에 접어들도록 나를 도와줄 것”이라며 이 같은 인선을 발표했다. 베센트 지명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관세 도입과 암호화폐 규제 완화 등 경제 정책을 옹호해왔다. 다만 관세를 적용하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하며 관세 도입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는 협상 카드로 활용해 미국에 유리한 거래를 얻어내야 한다는 방침을 나타냈다.

미국에 진출한 배터리 분야 등의 한국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선 “재정적자를 부르는 파멸 기계이며 왜곡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며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차기 재무장관에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창업자 지명
"비경제적인 반도체 공장 투자…美경제 경쟁력 약화됐다"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창업자는 보편관세를 도입하되 국가 및 품목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할 필요성을 시사해왔다.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해체함으로써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베센트 장관 취임 후 관세 및 IRA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치열한 수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고되는 대목이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센트가 차기 재무장관으로 지명되자 월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환영하고 있다. 베센트가 앞서 CNBC와의 인터뷰에서 보편관세와 관련해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강경 일변도의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베센트는 최대 20%의 보편관세 세율에 대해서도 “최대치”라며 “내려가기 위해 올라가는 (협상용) 전략”이라고 했다. 국가별로 협상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인사에 대해 “트럼프가 강성 지지세력(MAGA)과 경제계(money)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베센트의 지명을 발표하면서 관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베센트는 관세정책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재무장관 자리를 둘러싸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어지던 지난 15일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미국 가정과 기업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관세의 힘을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센트는 IRA에 대해 “파멸(doomsday) 기계”라고 직설적으로 꼬집는 등 비판적인 방침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이달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파괴적 에너지 정책과 돈키호테식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 비경제적인 정부 명령에 따른 반도체 제조 공장 투자로 미국 경제의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은 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 소비자에게 주는 7500달러의 세액공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미국에 진출한 배터리 회사에 지급하는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도 손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등은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할 때 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까지 생산하면 추가로 ㎾h당 10달러를 세액공제받는다. 미국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7500달러 세액공제 폐지는 사실상 확정적”이라며 “AMPC는 공화당 의원들이 관련된 주에 주로 투자가 이뤄진 만큼 결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지만 외국 기업에 대해선 제한을 둘 수 있고, 지금과 같은 형태는 아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IRA가 유명무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베센트는 과거 민주당 지지자에서 공화당 지지자로 전향한 인물이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후원 행사를 열기도 했으며 민주당에 자금을 대는 것으로 알려진 조지 소로스 밑에서 영국 파운드화와 일본 엔화에 대한 대규모 베팅으로 큰돈을 벌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