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부터 운항을 시작한 에어버스의 새 모델 A321 XLR./에어버스 홈페이지
이번달부터 운항을 시작한 에어버스의 새 모델 A321 XLR./에어버스 홈페이지
이번달부터 운항을 시작한 에어버스의 새 모델 A321 XLR이 초대형 글로벌 허브공항들의 입지를 지금보다 약화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에어버스 A321 XLR이 지금의 비행방식을 바꾸고 영국 히드로 같은 초대형 공항의 지배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어버스의 A321 XLR의 겉모습은 유럽 단거리 항공편에 사용되는 단일 통로 제트기와 구별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체 내에 기존 단거리 항공기보다 약 1시간 30분 더 비행할 수 있는 연료탱크가 숨겨져 있어 약 1200㎞ 더 긴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이애 따라 이 비행기는 런던에서 인도 델리보다 더 먼 8700㎞까지 연결할 수 있다. 비행시간도 10시간에서 11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 모델명 XLR은 초장거리를 뜻하는 'Extra Long Range'의 약자다.

무엇보다 XLR의 가장 특별한 점은 몇 시간 거리의 노선만 운항할 것 같은 소형 단일 통로 항공기인데도 전 세계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게 텔레그래프의 설명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대형 항공기를 채우기 어려운 소형 공항에서도 먼 목적지로의 운항이 가능하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XLR은 이미 항공사들로부터 500건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 스페인의 이베리아항공은 XLR의 첫 고객으로, 11월 14일 마드리드에서 미국 보스턴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아일랜드의 에어링구스는 더블린에서 내슈빌과 인디애나폴리스로의 비행에 첫 항공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직항 서비스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의 대도시 공항을 경유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여행 루트를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 분석가 닉 커닝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요 허브를 거치지 않고 2차 도시에서 2차 도시로 바로 비행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XLR은 히드로나 암스테르담 스키폴과 같은 환승 허브 공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 공항은 연결 항공편 승객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버스의 새로운 항공기는 경쟁사 보잉에도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보잉은 XLR의 비거리와 맞먹는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가장 큰 737 Max 10 모델조차 비행거리가 1800㎞ 부족하다.

XLR은 2017년 상업 운항을 시작한 A321neo 항공기의 진화형 모델이다. 기존 A321neo에 비해 연료탱크를 추가해 비거리를 늘린 LR 버전의 후속작이다. XLR의 성능 핵심은 약 3000갤런의 등유를 저장할 수 있는 연료탱크다. 전통적인 탱크 대신 기체의 화물칸 일부를 연료 공간으로 활용하는 혁신적인 설계가 적용됐다. 이는 추가 연료를 장착하면서도 운영 비용을 억제할

XLR은 최다 244명을 태울 수 있지만, 이베리아 항공은 판매를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14개를 포함한 182석으로 제한했다. 이코노미석 역시 대형 항공기와 동일한 공간과 12인치 화면을 제공한다.

송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