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후배들 한 자리에 모은 피아니스트…"폴란드 음악의 정수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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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일, 피터 야블론스키 리사이틀 '폴란드의 밤'
2024 SAC 월드스타 시리즈 세번째 무대
한국·폴란드 수교 35주년 기념 연주
시마노프스키·바체비치·스티븐슨 등 연주
"폴란드 음악 특유의 서정성과 힘, 이미지 느끼길"
2024 SAC 월드스타 시리즈 세번째 무대
한국·폴란드 수교 35주년 기념 연주
시마노프스키·바체비치·스티븐슨 등 연주
"폴란드 음악 특유의 서정성과 힘, 이미지 느끼길"
수교 35주년을 맞이한 유럽의 심장 폴란드. 한국에 ‘한(恨)’이 있다면, 폴란드에는 '짤(Żal)'이 있다. '짤(Żal)'은 '한'과 마찬가지로 강대국의 침략에 오랜 고난을 겪었던 폴란드의 역사적 아픔과 민족적 정체성이 담긴 복합적 감정이다. 폴란드 음악에는 이처럼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인 슬픔의 정서가 담겨있다. 폴란드 대표 음악가 쇼팽의 '마주르카' 같은 작품에는 특유의 애수와 애환이 묻어난다.쇼팽 이후 폴란드 음악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작곡가들이 있다. 내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스웨덴·폴란드계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의 리사이틀 '폴란드의 밤(Polish Night)'에서는 이들을 집중 조명한다.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작품은 19~20세기 폴란드 작곡가 그라지나 바체비치(1909~1969), 카롤 시마노프스키(1882~1937)의 피아노 작품들이다. 스코틀랜드 작곡가 로널드 스티븐슨(1928~2015)이 재해석한 폴란드 작곡가 파데레프스키(1860~1941)의 작품도 선보인다. 야블론스키는 시마노프스키의 글로벌 홍보대사와 바체비치의 레지던시로 활동할 만큼 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내가 반은 폴란드인이라 폴란드 음악과 문화가 내 고향같이 느껴진다"며 "이번에 들려줄 폴란드 작품들은 피아노 레퍼토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들로,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마노프스키를 두고 그는 '폴란드 음악의 거인'이라고 표현했다. 피아노 레퍼토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시마노프스키는 올해 초 열린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내한 연주를 통해 친숙해진 바 있다. "시마노프스키는 소리를 이용해 음악적 그림을 그려내는 데 특별한 재능을 지닌 작곡가예요. 그의 음악은 페달링, 사운드 연출, 다이내믹 등 놀라운 점이 많아요. 피아노 레퍼토리에 지대한 공헌을 했죠. 피아니스트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야 하는 작곡가입니다."
바체비치는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여성 작곡가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다. 야블론스키는 특히 바체비치의 두 번째 피아노 소나타를 '피아노 레퍼토리 중 손꼽히는 걸작'이라고 했다. "바체비치는 시마노프스키와 음악 언어를 공유했고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버르토크, 루토스와브스키 등 20세기 작곡가들의 특징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기술적으로 화려하고 민족적 색채가 강하지만, 무엇보다 예술적 진실성이 있답니다. 힘과 리듬감, 그리고 민감함까지…. 제가 연주할 두 번째 피아노 소나타에서 이 모든 걸 들을 수 있을 거예요. "
최근 그가 음반으로도 선보인 스티븐슨의 피아노 작품도 들려준다. 스티븐슨은 쇼팽의 전통을 계승한 작곡가 파데레프스키를 깊이 존경했고 파데레프스키의 오페라 '만루'(Manru)를 토대로 피아노 모음곡을 작곡했다.
야블론스키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눈에 들어 17세에 클래식 레이블 데카와 계약한 라이징 스타였다. 30여 년간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여왔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미국의 근·현대 작곡가들과 폴란드 현대음악 음악가들, 아르보 패르트 등 각국의 동시대 작곡가들까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섭렵해왔다. 그는 "(현대음악은)우리 시대의 정신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해석을 보여준다.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토록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데에는 일찍부터 다양한 각도로 공부한 영향이 있는 듯하다. 야블론스키는 9세 때 재즈 밴드의 드러머로도 활동했다. 드럼 연주의 경험 탓인지 그는 스웨덴 말뫼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타악기를 둘 다 전공했다. 이후에는 피아노에 집중해 영국으로 넘어가서는 런던 왕립 음악원에서 피아노·지휘·작곡을 공부했다.
그가 이토록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데에는 일찍부터 다양한 각도로 공부한 영향이 있는 듯하다. 야블론스키는 9세 때 재즈 밴드의 드러머로도 활동했다. 드럼 연주의 경험 탓인지 그는 스웨덴 말뫼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타악기를 둘 다 전공했다. 이후에는 피아노에 집중해 영국으로 넘어가서는 런던 왕립 음악원에서 피아노·지휘·작곡을 공부했다.
"저는 타악기와 피아노를 모두 공부했습니다. 모차르트, 베토벤 등을 접해서일까요. 피아노라는 악기에 깊게 빠져들었어요. 아, 올해 8월에는 스웨덴에서 연주한 콘서트를 마치고 재즈 드러머로 잠시 돌아온 적이 있는데, 아주 좋았어요! " 그는 한국 관객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번 연주 프로그램에 대해 "음악과 예술의 아름다움은 문화·언어의 장벽을 초월한다"고 했다. "누구나 쇼팽의 감상적인 마주르카에 감동을 하거나, 베토벤 교향곡에서 깊은 인간적 경험을 공감할 수 있어요. 한국 관객들이 폴란드 작곡가들의 음악에서 서정성, 힘, 리듬감을 비롯해 소리로 구현되는 다채로운 이미지와 음색 등 많은 즐거움을 발견하길 바라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