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주)아프로R&D대표(왼쪽)이 김경림 사업팀장과 집속이온빔시스템 활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주)아프로R&D 제공
김형태 (주)아프로R&D대표(왼쪽)이 김경림 사업팀장과 집속이온빔시스템 활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주)아프로R&D 제공
서울 구로동에 있는 (주)아프로R&D (대표 김형태·56)에 들어서면 재미있는 첨단장비들이 즐비하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등산을 하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돌을 주웠다. 혹시 금덩이가 아닐까 궁금해진다. 이때 아프로R&D에 분석을 의뢰하면 이 돌의 성분을 신속 정확하게 분석해준다. 예컨대 구리, 아연, 은, 철이 각각 몇%씩 들어있는지 분석해준다. 실제 금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를 순식간에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주사전자현미경(SEM)이 있어서다. 이는 미세한 전자빔을 시편의 정해진 영역에 주사해 표면의 3차원 미세형태, 미세조직, 화학조성, 원소분포 등을 분석할 수 있는 현미경이다. 대당 가격이 5억~8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금속내부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도 갖추고 있다. 병원으로 치면 조직검사장비다. 예컨대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 바퀴(금속)에 결함이 생기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비파괴검사 장비인 엑스레이나 초음파장비 등으로 검사하고 필요할 경우 조직검사도 하게 된다. 이때 조직검사에 해당하는 게 집속이온빔장비(FIB, focused ion beam system)다. 이 장비엔 주사전자현미경이 붙어있다. 가늘게 집속한 이온빔을 시료표면에 주사해 발생한 전자를 검출해 미세한 현미경 상을 관찰하거나 밀링 등 시료표면을 가공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장치다. 대당 가격이 15억원에 이른다.

김형태 (주)아프로R&D대표(왼쪽)이 김경림 사업팀장과 집속이온빔시스템 활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주)아프로R&D 제공
김형태 (주)아프로R&D대표(왼쪽)이 김경림 사업팀장과 집속이온빔시스템 활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주)아프로R&D 제공
성균관대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학사·석사·박사)한 김형태 대표가 2001년 창업한 이 회사는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자동차 부품 등의 고장 분석 △국내외 주요 규격 시험 △현미경분석, 유기분석 등 각종 분석 △표면 물성, 기계적·전기적 물성, 코팅접합 등 물성 평가 △환경시험, 내구성시험 등 각종 신뢰성 시험 등을 하는 기업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분야는 ‘신뢰성 검사’다. 기업이 개발하거나 생산한 제품이 여러 가지 환경에서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게 주요 사업이다.

예컨대 어떤 중소기업이 자동차부품을 개발했을 때 이 부품은 열사의 사막이나 툰드라지방의 혹한에서도 고장나지 않고 잘 작동해야 한다. 자동차는 한국에서만 달리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거친 비포장도로에서 달리면 진동이 생긴다. 이런 조건에서도 오랜시간동안 고장없이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X-ray장비, 초음파장비, 전자현미경은 물론 복합진동시험기, 소음측정기 등을 갖추고 있다. 최근 몇 년새 전력반도체 테스트 관련 설비를 추가로 들여놨다. 각각 대당 수억원에 이르는 고가장비들이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 신뢰도 검사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순간적인 에러에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각종 기기를 연결해 통제하는 소프트웨어가 주행 환경에서 문제가 없는지 현장에서 검사하는 분야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번돈의 대부분을 사업장 확장과 첨단설비 도입에 사용하고 있다. 창업당시엔 사업장인 구로동 한곳뿐이었지만 그뒤 △경기 성남시 △경기 광주시 △충북 음성 등 모두 네 곳에 사업장(연구소, 자회사 포함)을 둔 국내 굴지의 신뢰성 검사업체로 키웠다. 그는 “주요 고객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국내외 기업과 정부기관 등 600여 곳에 이른다”며 “최근들어 국내 진출한 외국기업의 의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성장원인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첨단설비에 대한 투자다. 이 회사는 창업이후 약 400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절반은 사업장 확보에, 나머지는 첨단설비에 투자했다. 대학병원도 첨단 검사장비나 치료장비에 과감하게 투자하듯 이 회사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구로동 본사엔 올들어 ‘전력반도체(Power Semiconductor) 신뢰성 테스트장비’를 들여놨다.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변환·처리·제어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정보 설비와 가전기기 등에 필요한 정격 전력을 유지해 주는 장치의 두뇌 역할을 한다.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공장자동화시스템 등에 많이 사용된다.

김 대표는 “전력반도체 신뢰성 테스트는 가장 최근 진출한 분야”라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해 의뢰기업에 개선점을 제시하는게 1차 목적”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전력전환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원하는 전압이 정확히 나오는지 등을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 전력반도체가 실제 사용 현장에서 이상없이 쓸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 숙련된 검사인력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기간중에도 20여명을 충원했다. 현재 전체 직원은 약 70명에 이른다. 이중 50여명이 시험분석 전문인력이다. 이들은 신뢰성 검사만 하는게 아니다. 김 대표는 “정확히 검사하고 결과를 분석해 신뢰성을 입증하기도 하지만 때론 고장 원인을 파악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수요기업은 역설계(reverse engineering)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과정은 전문인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도전정신과 소명의식이다. 이 회사의 주력사업인 ‘신뢰성 검사’는 자동차 부품, 기계 부품, 전자 부품 등의 고장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업이다. 이는 ‘소재·부품· 장비(소부장) 국산화’와 직결된다. 한국이 세계 각기관으로부터 선진국 대우를 받고 있지만 공급망 관리의 핵심인 소부장의 국산화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문제는 이 분야를 어렵게 국산화해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최종 수요자는 일본이나 독일제품을 사다쓰는 일이 아직도 허다하다.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런 신뢰성을 테스트해서 ‘문제없음’을 인정해주는 업체가 바로 (주)아프로R&D다.

이는 도전정신과 소명의식이 없으면 하기 힘든 분야다. 끊임없이 검사장비에 대한 투자과 이뤄져야하고 직원을 프로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 대표는 신뢰성 테스트 분야의 개척자라고 불릴 만하다. 특히 이 회사는 자동차 전장부품에 대해 강점을 갖고 있다.

그도 창업 직전엔 많은 고민을 했다. 대기업이나 정부출연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들어가 안정적인 생활을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길에 도전해 올해로 23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 그 밑바탕엔 “한국이 진정한 제조선진국으로 탄탄하게 올라서려면 누군가 개척해야할 분야”라며 “그렇다면 내가 한 번 도전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김 대표는 이런 마음을 초지일관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는 “첨단장비로 신뢰성높여 소부장 국산화 앞당기는 디딤돌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