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름다운 여운' 추모기부 캠페인
“다경이도 하늘에서 기부 소식을 듣고 무척 좋아할 것 같아요. 저희처럼 그리운 이를 위해 기부한다고 생각하면 기부에 대한 접근이 조금은 쉬워질 것 같습니다.”

울산에 거주하는 양춘근(46)·엄미순(46) 씨 부부는 작년 10월 세상을 떠난 첫째 딸 다경 양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부부는 딸의 이름으로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초록우산)에 후원금을 기부했다. 이 돈은 다경 양과 같은 지역 환아의 치료비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2006년 출생한 다경 양은 뇌병변 장애와 뇌전증을 안고 태어나 평생 병마와 싸워야 했다. 그러나 늘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친구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다경 양은 휠체어를 타는 친구들을 뒤에서 밀어주거나 손이 불편한 친구들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등 늘 주변을 돕는 데 앞장섰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고인을 기리며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를 실천하는 ‘추모기부’에 대한 문의와 후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모기부는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가까운 지인 등 사랑했던 이를 기억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고인을 오래도록 기릴 수 있는 유산기부의 한 형태다.

해외에서는 유산기부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미국 기빙USA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총 기부금액 4993억3000만 달러(한화 약 696조원) 중 유산기부는 약 456억 달러(한화 약 63조4300억원)로, 전체의 약 9%를 차지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국내에서도 유산기부와 추모기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흐름에 발맞춰 2019년 10월 유산기부 후원자모임인 ‘그린레거시클럽’을 발족했다. 재단은 유류분 등 상속 절차를 고려한 구체적인 후원 방법과 기부 진행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또 기부자의 뜻에 따라 위기영아, 가족돌봄아동, 자립준비청년 등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동에게 학습비와 보육비, 의료비, 자립지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월엔 추모기부 캠페인 ‘아름다운 여운’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고인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나눔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온라인 기반의 ‘초록우산 추모관’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추모관에는 고인의 생전 모습, 유족과 고인이 기부를 결심하며 남긴 메시지, 고인의 기부 및 봉사 활동 등이 소개된다.

추모관 등재는 추모기부 캠페인 참여를 통해 가능하며, 자세한 내용과 참여 방법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추모기부는 고인의 숭고한 뜻을 통해 다음 세대에 희망을 전하는 특별한 기부 방식”이라며 “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고인을 기억하고 위로를 나누며 우리 사회에 나눔을 확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