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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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표 성경김'으로 알려진 성경식품이 한반도 지도 모양의 상표 등록을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식별력이 없이 단순한 지도 모양으로 된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성경식품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거절결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성경식품은 아무런 문구 없이 한반도 지도의 아웃라인 형태로만 표현한 상표를 등록 신청했으나, 특허청은 2020년 8월 "이 사건 출원상표는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식별력이 없는 표장에 해당한다"며 거절했다.

이에 성경식품은 같은 해 10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또다시 등록이 거절되자 특허심판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소송은 특허심판원이 1심 역할을 한다.

회사 측은 "이 사건 출원상표는 한반도 지도 그 자체가 아니라 상당한 생략, 변형을 거쳐 지도를 모티브로 한 도형상표"라며 "이 사건 출원상표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실사용상표(‘지도표’, ‘성경’)를 장기간 사용해 온 결과, 이 사건 출원상표는 그 지정상품 전부에 대해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는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며 '이러한 상표는 현저성과 주지성 때문에 상표의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어 어느 특정 개인에게만 독점사용권을 부여하지 않으려는 데 규정의 취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특허심판원도 "이 사건 출원상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한반도를 사실적으로 표시한 지도만으로 구성된 표장"이라며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있다는 회사 주장에 대해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출원상표만으로 독립해 원고 상품의 출처표시로 사용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그 지정상품인 '조미김, 자반 김, 도시락 김, 건조된 김'과의 관계에서 원고의 상품을 표시한 것으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했다고 보기에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상표 등록을 거절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출원상표가 일반 수요자에게 대한민국 지도 외에 다른 관념이나 인상을 갖도록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처럼 이 사건 출원상표가 일반 수요자에게 사회 통념상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되는 이상, 상품 출처표시로서 식별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특정인에게 이를 독점하도록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회사가 1994년경부터 조미김 등 가공된 김을 생산·판매하면서 이 사건 출원상표도 함께 표시된 표장을 사용해 왔고, 관련 상품은 꾸준한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통해 언론에도 다수 소개된 점을 인정했다.

다만 이 같은 사실만으로 이 사건 출원상표가 '성경' 및 '지도표' 등 원고의 다른 실사용포장들과 별개로 수요자 사이에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실사용상표들은 모두 도형 부분 외에 적어도 1개 이상의 문자 부분이 결합한 표장으로서 도형만으로 구성된 이 사건 출원상표와 동일한 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식별력이 강한 '지도표', '성경' 부분을 그 출처표시로서 인식했을 것으로 보이고, 한반도 모양의 도형을 원고 상품의 주요한 출처표시로 인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